“위안부 아픔 소녀상 조각에 담았습니다”

이은희<조각가>

2018-05-11     영광21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피해를 상징하는 가장 힘들고 어두운 아픈 역사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비통함 속에서도 고국에 돌아갈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을 소녀들의 희망을 담았습니다.”
영광 평화의소녀상을 조각한 이은희(51) 조각가의 말이다. 무릎위에 가지런히 놓인 이 조각가의 손이 거칠다. 조각에 대한 그녀의 고민과 번뇌가 느껴진다.
영광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는 9일 영광군예술의전당 일원에서 평화의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이은희 조각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먼 타국 땅에서 자신들의 삶을 한탄하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의 힘을 믿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희망의 아이콘으로 소녀상의 컨셉을 잡았다.
이은희 조각가는 “모든 어두운 시대에도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희망이 있습니다. 위안부 소녀들도 위안부로 끌려갔지만 서로 아픔을 위로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품으며 살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조각가는 군서면에 거주하며 송림농공단지내에 <두드림>이라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18살 때 조각은 평면이 아닌 입체예술로 사면을 다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조각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33년간 꾸준히 국내·외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던 중 지난해 가을 이 조각가는 영광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로부터 한통의 연락을 받았다.
“영광지역에도 평화의소녀상을 건립할 계획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함께 해보자고 하더군요. 지역 조각가로서 지역의 특징을 살려 소녀상을 제작하면 좋겠다 싶어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다짐으로 동참하게 됐습니다.” 
이 조각가는 소녀상에 즐거움과 희망을 담았다.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워보려고 했던 그들만의 슬픔이 묻어나는 즐거움이다.
“제가 만든 소녀상의 얼굴은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상에 대한 강한 꿈과 당당함을 담았습니다. ‘더 좋은 내일이 있겠지. 더 좋은 희망이 있겠지’라는 소녀들의 소망을 담아 밝은 미래를 그렸습니다.”
희망과 이상을 상징하는 파랑새, 평화를 지켜보는 비둘기, 푸른 창공을 응시하는 소녀상은 희망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곧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소녀상 뒤쪽에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영광군 지도를 함께 세웠다.
이 조각가는 “미래 세대가 소녀상을 보며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영광지역을 위해,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해 꿈과 희망을 갖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