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 아름다운 일생이었소”

김재우·성복례 어르신 <백수읍 양성리>

2018-06-28     영광21

백수읍 양성리 미리내마을에는 6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했지만 아직도 신혼 때와 같은 금슬을 자랑하는 한 노부부가 있다.
남편 김재우(90) 어르신은 매일 아침 아내를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12년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풍으로 오른쪽을 못쓰게 된 아내를 위해 아내의 손과 발을 대신하고 있다.
그런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가 서투른 아내 성복례(82) 어르신은 다정한 표정과 손길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대신한다.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함께한 60여년의 세월을 더하는 김재우·성복례 부부.
백수읍 주산리가 고향인 김 어르신은 17살이 되던 해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집돼 억울하게 1년을 보냈다. 그 후 또다시 군대에 입대해 5년을 군인으로 살아왔다.
당시 김 어르신이 소속된 부대는 지리산 인근의 빨치산 토벌작전을 맡은 국군 제11사단이었다.
“다 내 또래의 경찰이나 군인들이 부대원이었어. 길었던 5년의 시간이 지나 제대후 고향에서 어여쁜 아내를 만났어. 그때 얼마나 고왔는지 한눈에 반해버렸지.”
김재우 어르신은 27살에 중매로 8살 어린 아내를 만났다. 그렇게 부부가 돼 6남매를 낳아 키우며 농부로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소도 키우고 논농사도 지으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인데 우리 자식들 굶기지 않고 키운 것만 해도 감사해. 지금은 모두가 잘 자라줘서 타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
장남은 교회 목사로, 세명의 자식은 농업에 종사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며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부부는 특히 셋째 아들 내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드러냈다.
이미 부부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셋째 아들 내외는 효자·효부로 소문이 파다하다.
성 어르신은 “우리 셋째 아들하고 며느리하고 같이 살고 있어. 며느리 자랑하려니까 부끄럽네. 며느리가 영감이 보신탕 좋아한다고 매년 여름만 되면 보신탕도 해주고 이쁜 짓을 많이 해”라고 말한다.
김 어르신도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부모 모시고 살려고 하겠어. 우리 아들이랑 며느리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야”라고 덧붙인다.
부모를 봉양하며 효를 실천하는 아들내외에게 부부는 수줍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힘든 일은 못하지만 김 어르신은 아흔이 된 나이에도 아들이 하는 농사일에 작은 손길을 보탠다.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활기도 돋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 내가 건강해야 우리 아내 보살피지”라는 김 어르신은 지금도 여전히 아내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성 어르신은 “남편을 만나 행복한 인생이었어. 여생도 사랑하는 사람 품에 안겨서 보내고 싶어”라고 말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