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문화예술 이끌어온 국악의 ‘대부’
영광의 문화예술인 92 - 국악 한희천
2005-06-09 박은정
‘전라남도가 남도인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남도문화예술의 공감대 조성을 위해 주최한 전통민속예술의 한마당 축제인 제31회 남도문화제에서 영광군을 대표해 출전한 <동삼면들노래>가 버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10월 각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이렇게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제와 국악경연대회에 출전하는 영광의 국악인들과 단체를 지도지휘 한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영광국악계 대부 한희천(73) 선생.
백수가 고향인 한희천 선생은 중·등학교를 법성에서 다녔고 서울 동양한의대(현 경희한의대)를 2년간 다니다 중퇴한 후 전라남·북에서 시행하는 국가고시인 한약업사시험에 모두 합격해 영광읍에서 1963년부터 중앙당한약방을 경영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 해부터 전통민속발굴과 보존, 전승활동과 관련된 각종 문화행사에 참여하며 전통문화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전통문화사랑은 해가 거듭될수록 깊어 갔다.
전라남도 향토문화발굴의원을 맡으며 1984년 한국국악협회영광군지회를 창립해 회장을 맡게 된 한 선생은 영광전통민속보존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영광관람제농악보존회장도 겸하고 있다.
한 선생은 “본업이 한의사지만 오히려 전통문화에 관심이 더 많았으니 한약재와 함께 한 세월보다 국악인 또는 그 관계자들과 함께 한 시간이 더 길다”며 “잠재된 끼와 욕구를 발산할 수는 없고 아마도 문화를 발굴하고 지도하며 그 열정을 식혔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 선생과 오랜 친분을 맺고 있는 국악협회의 한 회원은 “한희천 선생은 전통민속, 민요, 농악 등 20여 종목을 발굴해 보존하게 했다”며 “특히 그가 발굴한 전통민요들은 다른 고장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음악성과 멋스러움이 뛰어나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선생은 이처럼 전통문화의 계승과 개발에 기여한 공이 높이 인정돼 영광군에서 수여하는 많은 표창과 공로패를 받았으며 한국국악협회를 비롯한 문화공보부장관 표창 등 다수의 수상을 했다.
또 그가 지도한 개인과 단체들은 전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국악경연대회를 출전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을 휩쓸며 높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와 영광을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데도 크게 일조했다.
“회원 대부분의 주업이 농업으로 대회 출전을 위한 연습시기가 농번기와 겹쳐 낮에는 농사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피곤한 몸을 다시 이끌고 나와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연습을 한 결과로 얻은 값진 결실이다”며 지금까지 거둔 성과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한 선생.
그는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받쳤지만 본 직업인 한의사로서도 실력과 정평을 널리 알리고 있다.
국악인이든 한의사든 그가 바라보고 추구하는 것은 하나인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지역과 지역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