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스러운 농업인 ‘성실함이 무기’
앞서가는 농업인 - 영광읍계송리 정영성씨
영광읍 계송리에서 농사를 짓는 정영성(61)씨는 6만6,000㎡의 땅을 경작하고 있다. 평수로는 2만평, 올해는 축사까지 늘린다.
5년전 친구들을 따라 고향에 내려왔다. 힘든 농사일에 학을 떼고 모두가 떠났을 때도 정 씨는 뚝심 있는 농사로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나이가 들면 여유로운 농촌에 대한 향수가 생긴다고들 하죠. 많은 친구들이 퇴직 후 귀농했어요. 하지만 몇년 농사를 짓다보면 농촌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기 마련이에요. 일은 힘들고 노동에 대한 대가는 적어요. 귀농을 결심하는 이들은 반드시 어려운 농촌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 봐야 해요.”
정영성씨는 영광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나머지 학창시절을 서울에서 보냈다. 전공을 살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의 외국계 섬유회사에 근무하며 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퇴직후 학창시절을 보낸 서울에서 여유롭게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고향을 잊지 않고 찾아왔다.
“어렸을 때는 다시는 농사를 짓지 않을 것처럼 외지로 떠났는데 다시 돌아온 걸 보면 이게 내 천직인가 봐요. 처음에는 아주 힘들었죠. 동네 어르신들이 거름 뿌리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어요. 특히나 거름 주는 것이 어려웠어요. 거름은 토질에 따라 쓰는 방법이 다 달라요. 그래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으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어요.”
처음에는 1만2,000평의 땅으로 시작해 꾸준히 규모를 늘려갔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한자리에서 부단히 농사를 지었다. 때론 큰 수확을 거둘 때도, 때론 가뭄을 만날 때도 있었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농사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라고들 하죠.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가뭄이나 홍수를 만나 피해를 보는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농사는 정직해요. 부지런히 일한 사람은 그만큼 많은 좋은 성과를 거두기 마련이에요.”
현실적인 어려움을 직시하라
정 씨는 농사를 새로 시작한다면 농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에 대한 보수는 적고 많은 지출이 불가피한 탓이다.
“농사는 무엇보다도 시기가 중요해요. 그래서 농기계값으로 많은 지출이 나가기 마련이에요. 농기계임대사업소가 있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시기가 겹치다 보니 실제로는 활용하기 어려워요. 저 같은 경우는 많은 돈을 들여 농기계를 구매했어요. 또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지 못해 크게 실망할 거에요. 타 작물같은 경우도 판로가 보장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아요. 물론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뿌듯하고 또 농사를 할 때면 마음이 편해요. 하지만 농사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농촌 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한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성실함으로 성공적인 귀농을 이룬 정 씨. 올해는 사료 작물을 심고 축사도 늘리며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계획은 집 위쪽에 새로 축사를 넓게 지어 소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에요. 마을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진 곳에서 소를 기르면 냄새 등 피해를 덜 드릴 것 같고 소들에게도 넓은 공간을 줄 수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시골에서 즐겁게 살고 싶어요.”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