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부 위한 영어공부도 해볼까 합니다”

영광을 일구는 여성 - 김필진 /영광읍

2005-06-16     박은정
영광읍 단주리에 마련된 게이트볼장. 그곳에서 열심히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한 어르신이 있다. 그가 바로 김필진(73)씨. 게이트볼을 치는 모습이나 경기방식 등을 설명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영광의 유일한 게이트볼 여성심판인 그는 영광군게이트볼연합회 심판부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 씨는 “게이트볼을 먼저 시작한 남편의 권유로 1992년부터 게이트볼을 치기 시작했다”며 “게이트볼을 시작하며 바로 심판 자격을 갖추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고 그 다음해 3급, 2급의 과정을 거친 후 1급 심판 자격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그는 60세가 넘어서 게이트볼경기 심판이 된 것이다.
법성이 고향인 그는 22살에 결혼해 정미소를 경영하는 남편을 도우며 3남1녀의 자식뒷바라지만을 하며 지냈다. 이런 그는 오랜 세월 걸어온 삶의 무게 때문인지 다리가 많이 아프게 되고 몇 차례의 수술을 받게된다.

그 후 장애3급 판정을 받게된 그는 2001년 영광장애인협회에 문을 두드리고 그때부터 회원으로 활동하며 또 다른 삶을 채워가고 있다.

장애의 정도나 장애를 입게된 사연 또한 천차만별인 회원들속에서 그들과 어울리며 나누고 도우며 아름다운 화합을 만들어 가고 있는 김 씨는 여성장애인들의 모임인 소나무회 회원으로도 활동중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눈에 띄는 것은 장애인협회서 실시하는 컴퓨터교육을 1년째 받아오고 있으며 실력 또한 수준급이란 것이다.

김 씨는 “처음 컴퓨터를 배우려니까 두렵기도 하고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처음 시작이 어렵지 배우고 나니까 이젠 자신이 생겼다”며 “컴퓨터를 배우고 제일먼저 미국과 중국에 사는 자식들에게 메일을 보냈던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전했다.

장애인협회 편봉식 회장은 “어르신은 노인들의 여가생활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어떨 땐 어르신의 연세를 잊을 때가 많다”며 “연세가 일흔을 넘기셨어도 장애인협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몸이 더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를 열심히 펼치고 계시다”고 그를 소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컴퓨터를 배우는 날은 빠지지 않고 장애인협회를 찾아온다”는 김 씨. 이렇게 그는 컴퓨터를 배우고 게이트볼을 즐기며 이 시대를 대표하는 ‘맹열할머니’로서 가족과 이웃을 자상하고 너그럽게 챙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