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고등부)
고등부 금상
우정과 아픔
김정현/ 해룡고1
우정. 사전적 의미는 친구 사이의 정이다. 우정이 없으면 진정한 친구는 만들어 갈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우정을 쌓아서 얻은 진정한 친구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진정한 친구를 잃으면 큰 상실감에 빠져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과거 여러 친구들을 잃은 나는 이 기분을 너무나도 잘 안다. 3년전 교통사고로 친구 5명을 한번에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다.
3명은 사고난 당시 눈앞에서 떠나 보냈고 2명은 고통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친구가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는 것을 본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친구가 아니라 나와 일상을 같이 한 친구다 보니 가족들 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리고 친구가 내 곁을 떠나던 그 순간 나는 친구를 향해 마지막 말을 던진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친해지지 말걸. 우정 때문에 더 슬프다.” 친구를 잃고 1년 정도 기약없이 방황을 했다. 우정은 힘이 되기도 하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무서운 감정이다. 이렇다 보니 우정이 주는 아픔도 상당히 크다.
친구를 잃은 것으로 인해 얻은 대가는 나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친구가 없으니 함께 수다를 떨 사람이 없었다. 습관대로 친구의 이름을 불렀을 때 친구로부터 되돌아오는 답이 없고 친구가 이제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이로 인해 나는 우울해지고 친구의 뒤를 따라가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번씩 꿈을 꾸면서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생각을 한다. 이것이 우정의 힘 중 하나다. 깊은 상실감에 빠져 사는 것이 고통인 사람들을 때론 지옥에서 꺼내 구원을 해준다. 우정은 힘을 주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우정이라는 감정 덕분에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우정은 우리에게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고통을 극복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친구와 쌓은 우정을 깨뜨리지 말고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도록 노력하자.
고등부 은상
나의 손톱
강무현/ 해룡고1
손톱중엔 여러 가지 손톱이 있다.
울퉁불퉁 못생인 손톱, 금이 가버린 손톱, 자르지 못하고 버티는 손톱…. 나에게도 그런 손톱이 있다. 너무 초라해 보여 숨기고 말았던 나의 손톱.
“다녀왔습니다.”
허공에 인사를 한다. 온기가 식은 방에 가방을 던져두고 희미하게 남아있는 사람냄새를 되살린다.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할까 고민하다가 이내 휴대폰을 내려 놓았다. 교복을 갈아입지도 않고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아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따스한 밥과 된장국.
나는 혼자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 아빠가 미웠다.
트럭을 운전하며 밭으로 일하러 가시는 우리 아빠, 한없이 작아 보이는 우리 아빠는 나의 초라한 손톱이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어 숨겼던 나의 손톱.
오랜만에 내가 태어난 법성에 가 보았다. “무현이니, 오랜만이다.” 많이 커버린 나와 주름이 늘어있는 그곳의 사람들.
그들은 나름 명문고라 불리우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나에게 한껏 기대에 찬 얼굴로 학업에 대해 물었다.
‘공부 잘 한다며, 어이구 더 열심히 해야 해, 아빠 생각해서라도….’, ‘아뇨, 공부 잘 못해요. 압박감과 열등감에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워요’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하고 싶던 말을 삼긴채 감사인사를 전했다.
“아빠, 나 공부 못해요. 성적표 보면 거의 바닥이예요.” 오랜만에 집에 일찍 돌아오신 아부지를 마주해 이야기했다. “괜찮아,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럽단다.”
오늘 유난히 뜨거웠는지 빨갛게 그을려진 까만 피부의 작은 눈동자도 빨갛게 변했다.
아빠는 나의 무엇이 자랑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내가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너무나 모진 딸인 나도 아빠에게는 다칠까봐 조심스러워 자르지도 못했던 손톱이었다.
아빠는 울퉁불퉁 못나고 초라한 손톱이 아닌 안으로 파고드는 나의 아픈 손톱이다.
고등부 은상
아름다운, 늙어가는 것에 대한 증표
조성민/ 해룡고2
누구나 늙는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이는 많아지고 그에 대한 대우도 달달하다.
우리는 늙음이란 단어를 시각적으로 나타내주는 주름살을 통해 늙음을 확인한다. 우리는 주름을 보고 흔히들 늙었다며 어떻게 해서라도 없애고 싶어한다. 젊어 보이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주름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나는 주름살이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증표를 가지고 계시는 우리 할머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우리 할머니께서는 엄마를 포함한 세 자매를 홀로 키우신 영웅같은 존재이시다. 할아버지께서 일찍이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세자매를 부양해야 하는 힘든 삶이었지만 할머니께서는 여의치 않고 세자매를 훌륭히 키우셨다.
그리고 현재 우리 가족과 함께 살고 계시는 우리 할머니는 지금도 우리 가족들을 위해, 손자·손녀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중이시다.
가끔 할머니의 손을 볼 때가 있는데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그 손은 주름살과 굳은살에 그야말로 투박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그 손의 주름살이 우리에게 자랑하는 듯한 명예의 훈장이자 가보며 값진 보석처럼 느껴지는건 왜일까? 흔히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아무리 못난 부분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주름이 못나서 더 그렇게 보였던걸까. 할머니의 주름살을 보던 그 날. 평소에도 많이 봤을 그 손일텐데 유독 그날 따라 그래 보인다. 우리 엄마도 갖게 될 그 증표를 나는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잠처럼 몰려온다. 명예의 훈장이며 성실함의 증거이자 늙음이라는 것을 아름답게 해주는 그 증표를 가지지 않으려 하는 어른이 되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