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식물 자생하며 중국의 과부 별칭 가진 동남아 최고봉
말레이시아 키나발루봉 등정기
2005-06-23 영광21
이번 해외 등정은 산악동호인 15명이 '중국의 과부'라 유래되는 키나바루봉은 동남아의 최고봉으로 세계에서 꽃피우는 식물군의 절반 이상이 모여있는 말 그대로 식물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본지는 이들 산악인들의 등정기를 산행에 참가한 이상금 대원의 글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주
6월11일 새벽 5시10분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을 향해 어둠을 가른다. 영광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곧게 뻗은 서해안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리다보니 동녘 하늘의 밝은 햇살이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9시 인천공항에 도착해 서울에서 온 여행사 사장과 일행 6분을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짐을 부친 뒤 출국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가 말레이시아항공기에 몸을 싣는다.
11시50분 굉음과 함께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이륙한 항공기는 구름사이를 헤치고 남쪽으로 기수를 잡고 비행한다. 항공기 차장밖으로 서해안의 들과 산 섬들이 나래를 펼친다. 오후4시35분(현지시간 3시35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바루국제공항에 4시간45분간의 날개짓을 접고 열대의 땅에 몸을 내린다. 흠뻑 습기 머금은 후덥지근한 바람이 우리 일행의 몸을 휘감는다.
가이드의 안내 멘트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를 실은 버스는 어느덧 도심을 벗어나 안개가 자욱한 꾸불꾸불한 산악지대로 접어든다 안개와 비, 햇볕이 번갈아가며 계속 교차되는 가운데 갑자기 왼쪽 차창 밖으로 석양의 노을진 햇볕에 빛을 발하는 웅장하고 경외로운 자태를 드러내는 거대한 괴물과 같은 화강암의 산이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숨이 막힐 것 같다. 바로 우리가 가야할 키나바루봉이다. 우리를 실은 버스는 오늘밤 묵을 1,400고지의 호텔을 향해 계속 구부러진 산길을 오른다.
경외로운 자태 괴물과 같은 키나바루
현지시간 오후6시11분 해발 1,400고지에 위치한 선원(仙園)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몸을 씻은 다음 내일 등정에 필요한 물품과 호텔에 두고 갈 물품을 분류하여 챙긴다. 호텔의 저녁식사는 중국식이다. 맛은 한국 사람들을 위하여 향신료를 치지 않아 먹을만하다.
저녁을 마친 후 한 방을 쓰게 된 동료대원들의 이가는 소리와 가느다란 코골이 소리를 자장가 삼아 어느덧 꿈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눈을 떠보니 현지시간 4시 고향에서 습관이 돼서 어김없이 5시(한국시간)에 눈을 뜬다. 동이 터오고 주위가 밝아온다. 지척에 키나바루봉이 아침 햇살에 빛을 발하고 구름이 거대한 몸을 휘감는다. 장관이다. 자연의 위대함에 또 한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을 마치고 등산에 필요한 물품만 배낭에 챙겨 넣고 버스에 올라 키나부르국립공원 리셉션으로 출발한다.
9시32분 리셉션(1,500고지)에 도착해 가이드가 입산신고를 하는 동안 우리일행은 기념사진에 열중이다.
각자의 명찰을 발급받고 원주민인 산악가이드 3명을 배정 받아 산행준비에 임한다. 10시53분 정상을 향해 출발이다. 1명씩 명찰과 명단을 대조하며 통과시킨다. 제1휴게소가 나온다. 먼저 오른 일행들이 목을 추기며 기다리고 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제2휴게소를 향해 출발이다. 서로 격려하며 '천천히 천천히' 속도를 조절한다. 내려오는 외국인들과 포터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여유를 가져본다.
제2휴게소 도착. 차고 있는 고도계를 보니 해발 2,000m를 가르킨다.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길 양편에 40∼50미터를 족히 넘는 나무들로 협곡을 이루고 있다. 구불구불하고 습기를 흠뻑 머금은 길을 계속 오르니 어제 올랐던 서양인 산악인들이 내려온다.
고산에서 즐기는 한국음식 맛
2,185m에 위치한 제3휴게소 도착하자 모두들 힘이 드나보다. 숨을 헐떡이며 땀범벅이 돼 휴게소 난간에 몸을 기댄다. 서울에서 오신 5명과 우리 일행 몇분이 벌써 앞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식수를 보충하고 제4휴게소를 향해 길을 옮긴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몸속으로 한기가 느껴진다.
안개 자욱한 길을 한참을 오르니 제4휴게소가 눈에 들어온다. 붉은 차도르를 쓴 회교도 여성들이 휴게소 밖 길가에 앉아 쉬고 있다. 셔터를 누르니 후레쉬 불빛이 뻔쩍한다. 놀라서 쳐다보며 방긋 웃는다.
2,415m에 있는 제4휴게소에 도착하자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배낭을 내려놓고 식수를 받아다 목을 추긴다. 인근 주변국 여성인 듯한 중년의 검은 차도르를 쓴 여성과 번갈아가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제5휴게소에서 점심이 약속돼 있다.
다시 지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점점 주변의 나무들의 키가 작아지고 이끼류가 많이 보인다. 약간의 허기를 느껴 비상식량을 먹으려다 귀찮아 그만둔다. 약간의 머리에 어지러움증이 오는 것 같다. 이게 고산병 증상이 아닌가 의심해본다.
오후 1시8분 2,585m의 제5휴게소에 도착하자 보이지 않게 앞서가던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도시락을 꺼내고 우선 소주를 한잔씩 한다. 금방 땀이 식으니 한기가 엄습해와 윈드자켓을 꺼내 입고 점심을 먹는다.
한국식당에서 주문해 가져온 도시락이라 생각보다 다양한 반찬 메뉴를 갖추고 맛도 괜찮다. 제5휴게소에서 약 100여m를 오르니 출발점에서 4㎞란 안내표지판이 서있다. 앞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하룻밤 안식을 취할 군팅라가단산장과 숙소인 라반나타호텔은 약 2㎞ 남았다. 평지나 고도가 낮은 산 같으면 금방 오를 수 있으련만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키나바루봉 등정 산악인 참가자 이기남 김성운 조관일 송장식 오철식 이상금 신동준 강대홍 이정재 김환길 김재학 김삼성 유광영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