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양배숙 어르신 / 법성면 월산리
한떨기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은 어느새 지났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행복이고 추억이다. 마음에 맺힌 상처는 쓰라리고 아프지만 그래도 상처에 새살이 돋듯 아픔을 잊고 행복을 찾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겨울의 추위가 모습을 감추고 어느새 성큼 다가온 새봄의 따스한 기운이 마당을 뎁히는 어느날 법성면 월산리에서 양배숙(83) 어르신을 만났다.
마을주민들은 “이 양반이 젊을 적에는 미인이라는 소리를 그렇게 많이 듣고 다녔어. 이웃마을까지 예쁘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닌까”이라고 입을 모은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아들 둘에 딸 셋, 오남매를 키웠다. 농사를 하며 금쪽같은 아이들을 남부끄럽지 않게 키웠다.
어려운 시절에도 함께 하는 것은 모두 행복이었고 돌이켜보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어려운 형편에 대학까지 보내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어르신은 제대로 공부시키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더욱 먼저 세상을 떠난 큰아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형편이 힘들어서 공부를 잘한 셋째는 고등학교까지 보냈고 나머지는 중학교까지 보냈어. 큰아들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먼저 간 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 아들을 떠올리던 양 어르신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진다.
양 어르신 못지않게 고생을 많이 했던 남편은 3년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을 잃은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함께 위로해준 가족들과 마을주민들이 있기에 어르신은 행복을 찾는다.
양 어르신은 “월산리에는 연세가 비슷한 양반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경로당으로 자주 놀러와. 여기서 놀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자식들은 서울에도 살고 수원에도 사는데 꼬박꼬박 전화와서 아주 귀찮을 정도야”라고 말한다.
매일 점심식사때면 경로당에 모여 어르신들과 식사를 함게 한다는 양 어르신. 연세가 들어 다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양 어르신은 매일 보행보조기를 밀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까닭에 나이를 믿기 힘들 정도로 건강하다.
어르신에게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자녀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이 나이가 들고보니 건강하고 행복한게 최고야. 자식들 모두 무탈하게 잘 지낸다면 그것 말고는 바라는 것이 없어.”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