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해법 보인다

2005-06-29     영광21
동족상잔이란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와 그로 인한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처방책의 하나인 6.15가 같이 들어있는 6월을 보내면서 한반도문제 해결의 엄연한 상대방인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재조명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하나의 사물에 대한 시각차는 바라보는 쪽의 입장에 따라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을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시각차가 지나치게 첨예하게 엇갈려서 극명한 대립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월드폴리시저널>의 전편집위원이면서 미국의 한반도전문가인 존 페퍼가 최근 펴낸 <남한 북한>은 미국의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북한에 대한 시각차를 잘 보여준다. 또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문제해결을 위한 해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먼저 미국의 보수진영의 시각은 북한을 악으로 못박고 있다. 따라서 악은 제거돼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와 이란과 함께 '악의 축'이라고 선언한 것이나, 존 볼튼 유엔주재 미국대사 지명자가 "38선은 자유와 구속, 선과 악을 갈라놓는 역할을 하는 선"이라고 말한 것은 모두 같은 맥락이다. 북한을 '구속'과 '악'의 대명사로 지칭한 것이다. 이들은 북한을 '악마화'하고 있다.

또 그들은 북한체제는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고 확신한다. 즉 내부로부터의 개혁이 불가능한 사회라는 것이다. 외부세계에 보이는 북한의 변화는 모두 눈속임이거나 밑으로부터의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북한을 다루려면 당근이 아닌 채찍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부시 외교팀이 군사적 봉쇄와 경제적 고립을 대북정책의 주요 전략으로 채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의 대가로 북한에 어떤 형태의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도 이들은 한사코 반대한다.

반면 미국의 진보진영의 시각은 이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우선 북한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핵 재처리시설)은 50년 전에 설계된 낡은 시설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또 현재의 북핵위기를 증폭시킨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개발계획의 사실여부를 처음 정보를 입수했다는 중앙정보국(CIA)조차 지금에 와서는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탄두가 대기권에 진입할 때 타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열차폐 기술이 없고,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탄두를 만드는 소형화 기술조차 개발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들은 지금까지 핵으로 상대 국가를 위협한 건 미국이라고 강조한다. 또 북한이 주요 국제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오랫동안 막아온 장본인 역시 미국이라는 것이다. 북-미 관계 개선을 희망해온 나라는 오히려 북한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매파는 북한 정권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협상 대신 대북봉쇄를 비롯한 강경책만 고집하고 있다고 이들은 비판한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시각이 옳을까라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누가 더 정확히 인식하고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북한정부를 우리가 바라는 대로 다뤄서는 안된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들을 다뤄야 한다"고 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방장관의 말을 되새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