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 고대의 사상가들은 경제문제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제자백가, 경제를 말하다를 통해 만나는 경제사상

2019-04-05     영광21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사기> 전문가로 한·중을 오가며 꾸준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사마천학회 김영수(59) 이사장이 신간도서 <제자백가, 경제를 말하다>를 새롭게 출간했다.
“재부가 적다고 걱정하기보다는 분배가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고 가난을 걱정하기보다는 불안을 걱정한다.”
공자 사후 2,500년 후인 2013년 11월12일, 중국공산당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14억명 인민의 복지, 공평, 분배의 문제를 거론하며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명언을 인용했다.
분배의 불공평이 정치와 나라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공자의 경제관이 2,500년 후에 소환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 대목에 주목해 제자백가의 선구로 꼽히는 춘추시대 초기의 인물 관중에서 사마천까지 약 500여년 동안에 출현한 사상가, 학자, 정치가 13명의 경제관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한편 제자백가를 탄생시킨 춘추전국시대에 큰 관심을 가졌다.

주요 사상가들의 경제인식
즉 춘추전국을 거쳐 진나라가 통일할 때까지 550년 동안에 일어난 지배세력 교체·상인계층의 급성장이라는 당시의 사회 현상을 눈여겨보고 통일을 추동해낸 근원적인 배경을 <경제>에 초점을 맞춰 풀어보려 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중국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고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는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경제인식이 놀랍게도 현재 우리의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와 겹쳐 보인다는 점이다.
책에서 맨 먼저 소개한 관중의 경제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적절한 소비가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소비론, <삶의 질이 윤리와 도덕과 체면을 결정한다>는 경제와 삶의 질의 함수관계, <백성이 부유해야 나라가 부유해진다>는 부민부국론이다.
2,700년전 관중의 주장과 최저임금과 최저시급을 놓고 시끄러운 우리 사회를 비교해보면 재미있는 현상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맹자 경제관의 핵심인 <항산론>과 <항심론>은 우리의 기본임금과 기본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항산이란 기본적인 생산수단을 말한다. 맹자는 백성에게 기본적인 고정자산이 있어야 나라의 정책이 먹힌다고 했다. <항산>이 있어야 백성들의 적극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맹자는 유가 우파의 핵심 인물로 보수주의자였다.

고대 경제로 현대를 이야기한다
순자는 백성을 부유하게 해줘야 할 뿐만 아니라 여유롭게 해줘야 하고 또 이롭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순자의 부민·유민·이민론이다. 순자는 인간의 본능적인 이기심에 주목했고 그런 백성을 다스리려면 그들이 요구하는 바를 먼저 주라고 했다. 그는 맹자보다 약 50년 후에 활동한 인물로 2,300년전 사람이다.
<제자백가, 경제를 말하다>는 경제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독자는 물론 경제수치를 어려워하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썼다. 또 한자에 친숙하지 않은 세대를 위해 본문에는 한자를 가능한 한 배제했다. 대신 그 말의 원문·출처 등을 각 해당 인물의 명언, 부록, 찾아보기 <명언명구 편>에 넣어 밝혔다.
<사기 화식열전>에 나오는 경제관련 어록을 따로 모아 독자들이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제자백가와 관련한 서적들이 심심찮게 출간됐고 또 출간되고 있지만 경제문제에 주목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은이 / 김 영 수

저자 김영수 이사장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고대 한·중 관계사 연구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영산원불교대학교(현 영산선학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 중국 소진학회 초빙이사로 활동 중이며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사마천의 고향인 중국 섬서성 한성시 사마천학회의 정식회원으로 초빙받았다. 저술, 강연, 방송을 통해 사마천과 <사기>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완역 사기―본기(1), (2)> <완역 사기―세가(1)>를 번역했고 <사기>와 관련된 다수의 저서들을 출간했다. 또 <무협작가를 위한 무림세계 구축교전> <간서―가장 오래된 첩자 이야기> <첩자고―삼국시대의 첩보전> 같은 책도 펴냈는데 마니아층에 도움이 될 만한 논문, 논설, 사전류를 발굴해 소개하는 일에도 흥미를 갖고 있다. 이 책 <제자백가, 경제를 말하다>도 그중 하나다. 그동안 정치사상 영역에서 주로 소개돼온 제자백가를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춰 이번에 처음 발간하게 됐다.
김 이사장은 <고대 중국 야철기술 발전사>(공역)로 과학기술처장관상을,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로 중국 섬서문학창작연구회로부터 길춘사학(吉春史學)을 수상했으며 <고대 동북아시아의 민족과 문화>를 공동번역하고 책임편집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