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속에 밟은 정상에서 부르는 애국가 벅찬 감동

말레이시아 키나발루봉 등정기 ③

2005-07-13     영광21
지난 6월11일부터 15일까지 4박5일동안 영광지역 산악인들이 말레이시아 사바주에 있는 해발 4,095.2m의 키나바루봉을 등정했다. 영광지역 산악동호인 15명이 참가한 이번 키나바루봉은 '중국의 과부'라 유래되는 동남아 최고봉이다.

세계에서 꽃피우는 식물군의 절반 이상이 모여있는 말 그대로 식물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본지는 이들 산악인들의 등정기를 산행에 참가한 이상금 대원의 글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주

고도계를 보니 거의 4,000m가 넘은 것 같다. 일행 중 지금 우리의 속도가 너무 빨라 정상에서 추위에 떨어야 할 것 같다 한다.
우린 바람 피할 곳을 찾아 쉬기로 하고 커다란 바위 밑에 모두 몸을 맞대고 휴식을 취한다.

연양갱 하나를 광영 형이 꺼내 둘이 나누어 먹어본다. 맛있다. 조금은 허기가 졌나보다. 10여분의 휴식속에 뒤따르던 외국인과 일행들이 속속 도착이다.
다시 저 멀리 아른거리는 헤드렌턴 불빛을 쫓아 길을 나선다. 이제 바위 너덜지대다. 얼마 가지 못하고 움푹 패인 바위틈 사이에 다시 주저들 앉는다.

불빛을 따라 눈을 옮기니 우뚝 솟은 봉우리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아마도 이 봉우리를 넘어가야 하나 보다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일행중 한 명이 '정상이다'하고 소리친다. 70∼80°정도의 경사진 바위언덕을 길게 느려 뜨려진 밧줄을 부여잡고 봉우리를 향해 헉헉거리며 계속 오른다.

오전 6시15분 해발 4,095.2m의 키나바루봉 정상이다. 가슴이 뭉클하고 감격의 목소리들이 주위를 소란스럽게 한다. 아직 동이 트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몹시도 춥다. 손이 시려온다.

정상에서 들이킨 소주 한잔에 육포
장갑 외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다행이 우리 일행들이 선두로 도착해 비좁은 정상을 거의 차지해 버렸다. 가져온 게맛살과 육포를 안주삼아 소주 한잔씩을 돌린다. 정상주가 참말로 맛있다고 느껴진다. 몇 분이 흘렀을까 동쪽하늘이 붉게 물들인다.

'저쪽이 동쪽이다'하고 소리 지른다. 모두들 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가져간 태극기와 서해산악회기를 꺼내어 스틱에 매달고 흔들어본다.
박주경 산행대장이 "대한민국에서 오신 분들은 애국가를 따라 불러주세요. 하나, 둘, 셋!" 우렁찬 애국가가 말레이시아 사바주 키니바루봉 정상에 울러 퍼진다.

가슴 뭉클하고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눈가에 눈물이 핑돈다. 태극기를 들고 수없이 많은 셔터를 눌러댄다.
구름사이로 태양이 떠오른다. 순간 화강암 고봉들이 빛을 발하고 대자연의 위대함이 펼쳐진다. 장관이다. 날씨마저 청명해 까마득히 멀리 바다와 산이 아른거린다. 위대한 대상물들을 향해 사진들을 찍느라 일대 소란이 일어난다.

산행가이드의 하산 독촉이 이어진다. 어둠속에서 주위를 분간할 수 없었던 풍경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산하면서 계속 셔터를 눌러댄다. 지루하던 암반지대를 되돌아 지나온다. 대평원 같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광영 형이 또 토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먹은 라면국물까지 모두 토해낸다. 걱정이 된다.

대홍 동생은 정상에서 고산병 증상이 있어 먼저 하산했다 한다. 조금 더 내려오니 일행들이 쉬고 있다. 광영 형을 바라보니 얼굴이 흑빛이다. 괜찮느냐구 물으니 괜찮단다.

하산 뒤 들리는 개구리 울음에 향수
하산 길은 한층 수월하다. 주변경관을 관찰하며 천천히 하산해 숙소에 도착, 짐을 챙겨 산장으로 내려 오려하는데 광영 형이 침대에 누워있다. 힘이 드나보다. 같이 짐을 챙겨 산장으로 내려와 아침을 마친 뒤 산장 밑 광장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마친 뒤 하산해 등반기념 확인증을 발급 받았다. 정상에 간 사람과 가지 못하고 도중에 내려온 사람들의 확인증이 좀 달랐다.

첫째날 묵었던 호텔(선원)에서 점심을 먹은 후 짐을 챙겨 시내의 프로메나드호텔로 옮겼다. 여장을 푼 뒤 간단히 몸을 씻은 뒤 처음으로 집으로 수신자부담으로 전화를 한다. 아내의 맑은 목소리에 한시름 놓는다. 성취감으로 뿌듯이 밀려오는 만족감이 피곤함을 잊게 한다.

억수같이 퍼부어대는 빗속을 뚫고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밖에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향수를 느끼게 한다. 식당의 벽면과 천정에는 도마뱀들이 여기 저기 활보를 한다. 호텔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대홍 동생이 찾는다 한다. 가보니 밖으로 과일 사러 가자한다.

8명이 택시 3대에 나누어 타고 시내에 있는 야시장에 가 시원한 맥주와 소주를 각종 안주와 곁들여 실컷 들이켰다. 술값은 싼 편이었다. 2차로 노래방까지 거쳐 호텔로 돌아왔다.

14일 아침 6시 잠에서 깨어나 바닷가로 산책을 나간다. 호텔 문을 나서니 후덥지근한 바람이 확 밀려 들어온다. 왠지 상쾌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에서 아침식사 후 우리 일행은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사피섬으로 물놀이를 떠난다. 쾌속정에 몸을 싣고 가슴을 활짝 열고 바다를 향해 깊은 숨을 들여 마신다. 상쾌하다.

빠른 쾌속정은 바다위를 날다 텅하고 내려앉으며 바닷물 위에 소리를 내며 달린다. 각종 기구를 이용한 한나절의 사피섬 물놀이를 마치고 오후 2시 시내 콘도에서 휴식을 취한 뒤 15일 새벽 1시50분 비행기에 몸을 실어 귀국했다.

이번 여행이 6번째의 외국여행이었지만 아마도 가장 즐겁고 추억에 남는 여행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꽃을 피우며 마무리를 지울 수 있도록 일행 모두가 배려하는 마음이 컷던 것 같다. 더 좋은 앞으로의 여행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