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혼신의 생명 불어넣는 뜨거운 예술가
영광의 문화예술인 96- 도자기 최수복
2005-07-21 박은정
백수읍 길용리 영산성지고가 방학을 앞두고 학생들의 들뜬 목소리로 요란하다.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착한 도자기실에서 학생들과 수업에 열중해 있는 사람이 있다. 차분하고 다소곳해 보이는 그가 바로 최수복(37)씨.
“1999년 지인으로부터 영산성지고를 소개받아 학생들의 도자기 지도를 맡게 됐다”는 최 씨는 어린 시절에는 그림을 그렸고 대학은 일본에서 의상디지인을 전공했다. 목포가 고향인 최 씨는 29살 무렵 우연히 도자기를 접하게 됐고 무안에 있는 김문호 선생으로부터 사사를 받았다.
김문호 선생 아래서 4년 동안 배우고 익힌 도자기 기법을 나름대로 다시 연구하고 계발하며 기술을 점점 쌓아가던 최 씨는 학생들을 지도하며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왔다.
최 씨는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낮에는 작업할 시간이 거의 없고 주로 밤 시간을 이용해 개인작품을 만들어 왔다”며 “도자기에 쓰이는 흙을 대부분 직접 채취해 사용하고 있으며 부드러운 재질보다는 거친 재료를 선호하고 도자기의 원형보다는 조형적인 미를 추구하는 독특한 작품을 연출하고 있다”고 개인적인 작업 취향을 밝혔다.
그는 또 “1주일에 1번 특성화수업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도자기 수업은 끈기와 인내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잠깐 동안만 학생들과 머무르려던 이곳의 생활이 해가 거듭될수록 발목을 붙잡는 것은 학생들이 변해 가는 모습속에 도자기와 희망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보람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게 최 씨로부터 도자기 만드는 법을 익힌 학생들은 도자기 만들기 대회에 출전하기도 하고 학교 축제 때 전시를 통해 솜씨를 자랑하고 있다.
최 씨는 이렇게 학생들과 생활하며 틈틈이 만든 작품들을 광주 롯데화랑에서 초대전을 가지며 선보였고 서울 흙사랑 모임을 통해 작가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최 씨는 “영광지역엔 도자기를 만들던 도요지가 곳곳에서 발굴되고 있다”며 “영광은 자연경관이 다른 지역보다 뛰어나게 아름다운 곳으로 기회가 된다면 그 아름다움을 담은 영광의 캐릭터를 도자기로 만들어 표현하고 싶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살짝 내비쳤다.
그는 인위적인 멋이 아닌 자연스러움속에서 순수하고 순박한 정서가 담긴 도자기를 재현하기 위해 세월을 한계단 한계단 오르며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흙과 물 그리고 불과 바람의 적절한 조화를 도자기에 담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