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본의 핵위협

2005-08-05     영광21
올해는 우리나라로 보아서는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핵폭탄 투하에 의한 무조건 항복 선언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미국은 1945년 8월6일과 9일에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히로시마에는 '꼬마'라는 이름을 붙인 우라늄 폭탄을 투하했고, 나가사키에는 '뚱보'라는 이름의 플루토늄 폭탄을 투하했다. 이 두 가지 폭탄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이용했다는 차이는 있지만 핵분열반응을 이용한 핵폭탄이란 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핵폭탄의 위력으로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게 됐고,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핵폭탄을 사용한 미국은 그 힘으로 세계를 장악하게 되었고, 다른 나라에서 그런 무기를 갖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싫어하게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구촌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북한 핵문제도 따지고 보면 사실은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은 수 만개를 가져도 좋고, 자신들이 '악의 축'이라고 낙인찍은 북한이 단 한 개라도 가져서는 큰 일 난다는 주장이다.

이런 미국의 주장에 그동안 일본은 비굴할 정도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이제 북한 핵위협이 6자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이는 지금에 와서는 일본이 새로운 핵위협의 당사자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해국이 지금 무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핵의 평화적 이용을 앞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실질적 핵무기 보유라는 야심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하겠다.

1980년대초 일본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1990년대 초에는 무려 250만평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아오모리현의 로카쇼무라에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은 대부분 환경문제에 국한되었었다. 그것은 한국 정부가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성공한 핵폐기물 정책의 표본처럼 왜곡해서 홍보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권한은 없고, 다만 영구저장소를 건설해 관리하고 보관하기만 하는 것이어서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고 홍보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핵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난 핵연료는 단순한 핵폐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처리 과정을 통해 플루토늄으로 재생할 수 있다.

플루토늄은 평화적으로만 사용한다면 고속증식로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핵폭탄의 원료로 사용된다. 또 핵폭탄의 원료로 사용되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의 가동은 플루토늄의 생산으로 이어지고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원자력기구의 기준에 의하면 하나의 핵폭탄을 만드는데 8㎏의 플루토늄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매년 8t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마음만 먹으면 1,000개 이상의 핵폭탄을 매년 제조할 수도 있는 참으로 엄청난 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상기해야 할 일은 과거에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이라는 엄연한 사실이다. 세계를 집어삼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무시무시한 전력을 가진 그들이 엄청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현실을 간과했다간 큰 코를 다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