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핵확산을 부추기는 미국의 이중적인 핵정책

박찬석/ 본지 편집인

2005-08-11     영광21
최근에 미국과 인도는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 회담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 양국이 민간부문의 핵기술을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그동안 인도에게 불이익을 주었던 금수조치를 해제하고 미국의 핵기술과 시설을 인도에 팔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밖에 있는 인도에 대한 미국의 파격적인 대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 외에는 달리 해석될 수가 없다. 또 지난 6월에 인도와 미사일 방위협력에 합의한 사실을 보더라도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보수 일각에서 보이는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그들은 인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보수세력이 그런 의사를 보이게 된 배경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한 것에 대해서 인도가 아무런 토를 달지 않은 것이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미국의 결정을 보면서 미국이 진심으로 핵확산을 걱정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걸핏하면 북한과 이란을 들먹이면서 핵문제를 걱정하는 것처럼 하면서 이스라엘과 인도와 파키스탄 등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에는 그렇게 관대하니 하는 말이다.

현재 핵확산 문제는 세계 각국에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핵확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북한과 이란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핵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은 언제든지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지 북한과 이란만을 표적으로 삼아 민간부문의 핵에너지 개발까지 제약하려고 하고 있다. 핵을 이용한 핵에너지 개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핵무기 제조 원료의 생산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NPT에 가입하지 않고 비밀리에 핵실험을 해 핵무기 보유 국가가 된 인도에는 핵기술을 이전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미국이란 나라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또 인도에 맞서 1998년 핵실험을 감행해 핵무기 국가임을 선포한 파키스탄은 '비나토 동맹국'이란 호칭으로 부르면서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이중적인 핵정책은 분명히 국제사회의 이해와 납득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제전략연구소는 북한의 핵물질 보유량을 4~15㎏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런 북한에 대해서는 전세계 여론을 동원해 호들갑을 떨면서도 이미 40톤이 넘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을 가동하면 매년 8톤이 넘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일본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일관성이 결여된 미국의 이중적인 핵정책이 오히려 핵확산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미국의 일시적인 제재를 버티면 나중에는 핵보유국으로 당당하게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핵확산을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