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과 전통 살린 인간적인 농악 추구
영광의 문화예술인 100 - 농악 김건모
2005-09-01 박은정
불갑사 당산광장. 큰 코와 튀어나온 광대뼈 그리고 네모난 얼굴이 특징적인 탈속에서 맑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또 하나의 얼굴 김건모(42)씨. 그의 몸짓이 흥겹다.
그는 지난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둘째주와 마지막주 일요일 오후 2시에 불갑사 당산광장에서 펼쳐지는 영광우도농악 일요공연에서 잡색들 중 대포수 역할을 맡아 농악대와 흥겨운 굿판을 벌리고 있다.
4년째 영광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 씨는 “영광은 멀어졌던 부모형제와의 관계를 다시 가깝게 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며 “우연한 계기로 영광을 찾아왔고 우도농악 최 용 회장을 만나면서 영광의 굿판을 만나게 됐다”고 영광과 맺게된 인연을 밝혔다.
건축분야에서 토목 일을 하고 있는 그는 담양에서 2남2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아 집안에서 거는 기대 또한 높았다. 하지만 그는 남원에서 일을 하던 중 대금연주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소리에 매력을 느끼며 그때부터 우리음악 우리춤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우리가락에 대한 열정은 전국을 찾아 떠돌아다니게 했고 가족들은 이런 그를 당연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된 것. 그러던 중 서울놀이마당에서 영광우도농악대 일원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우연히 가족들이 보게 됐고 그로 인해 가족들과의 얼었던 마음이 녹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는 영광으로 오기 전 광주시립국악원에서 장구와 판소리를 배웠고 <울림> <광주노동자소리패> 등의 풍물패에 소속돼 활동하며 운동권이 아닌 노동자들의 문화활성화를 위하고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는 현재 영광우도농악 활동말고도 광주의 풍물단체에서 소리와 취임새를 선보이고 있으며 화순한천농악 판굿 지도를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김 씨는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문화가 가장 서민적이고 인간적이다”며 “영광의 우도농악은 이런 서민적인 순수함과 전통을 살린 아기자기함이 매력이다”고 우도농악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또 “틀에 박힌 기교나 짜여진 형식속에서 똑같은 동작과 모습을 되풀이하는 공연보다는 조금 서툴고 잘 맞지 않아도 그대로의 모습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끼를 표출할 때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가장 크게 와 닿는다”며
“전문 재주꾼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굿판이 아닌 우리네 어르신들이 오래 전부터 이어오던 투박한 몸놀림이 장점인 우도농악은 여느 농악과 달리 모는 시름을 뒤로하고 걸판지게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굿판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건모씨는 스스로를 ‘잡놈’이라고 말한다. 굿판에서 이런 저런 뒷바라지를 맡아 하고 어디에서든지 그를 원하는 곳이면 언제라도 달려가는 방랑자인 자신을 낮춰 표현한 것. 그의 숙련된 뒷바라지는 오히려 남들보다 더 굿을 애지중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인생의 절반여를 ‘잡놈’으로 살아온 그는 푹석한 굿판과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아직 더벅머리 총각이다.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우리춤 우리소리를 대신할 고운 배필은 언제나 만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