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통 바탕으로 건전한 지역사회 유도
경로당 탐방 / 남극제노인회
2005-09-08 영광21
집 주인의 정성과 애정이 흠뻑 묻어나는 이곳은 영광읍 남천리 우산공원 입구에 자리한 남극제 노인정(회장 조종률 91).
남극제의 역사는 근 400년을 거슬러 선조 20년으로 올라간다. 영광지방 관리들의 결사 조직이었던 남극제는 임한 관리들이 구성원이었고 이들은 회원간의 상부상조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도 성실히 수행해왔다.
도리에 어긋나는 패륜적 행동엔 멍석말이로 단호히 징계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엔 훈계로 설득하는 등 법과 도덕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무실 벽면을 빼곡이 메운 현판들이 타고 넘었던 유구한 역사를 묵묵히 자랑하고 있다.
조선 후기 향촌 운영실상과 노인 조직의 오랜 유서 등 관련 고문서들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지방문화재 등록 신청까지 해 놓은 상태이며 승인 여부가 판가름나는 겨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단아한 한옥 노인정과 더불어 모시옷을 깔끔하고 멋스럽게 차려입은 회원들은 넉넉하고 편안한 안색을 덧입어 옛 선비의 기품을 느끼게 한다. 이곳 어르신들은 “아침에 잘 차려입고 나올 땐 출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지금은 40여명의 회원들이 매월 정기모임과 임원회의를 통해 그 명맥을 활발히 유지하고 있으며 봄·가을에는 회원 부부동반으로 유적지 탐방 등 야유회도 가지며 상호간 친목을 다지고 있다.
비교적 재정자립도 또한 높은 편이어서 자산으로 갖고 있는 8,000여평의 농지에서 나오는 소작료와 회원들의 회비, 각종 찬조금 등으로 큰 어려움 없이 운영되고 있다. 회원들의 점심식사도 인건비는 군에서 지원을 받고 쌀과 부식 재료 등은 자체충당하고 있다.
“그동안 해 오던 청소년 선도와 효자, 열녀 발굴 표창사업을 위해 자치단체나 기업체의 지속적인 찬조를 희망한다”는 조종률 회장의 말에서 건전한 지역사회 발전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지역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염려를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흡연 청소년에 체벌을 가한 어느 학원 강사의 행동에 네티즌들의 찬반 양론이 열기를 띤 적이 있다. 합리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요즘 연륜으로 다듬어진 어른의 골타기가 절실한 때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역할이 있으면 나서주시겠습니까?”라는 필자의 우문에 “하모 하모”잠자코 계시던 서용주 부회장 어르신의 눈빛에 생기가 돈다.
협찬 영광종합병원
이순이 객원기자 si253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