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잃지 않는 바른생활의 표본

경로당 탐방 ③수촌경로당<대마면>

2005-09-29     영광21
가을 하늘의 푸르름도, 꽃띠 처녀의 윤기 나는 머릿결같은 억새의 반짝임도, 누런 들녘의 풍요로움도 이곳이 원천이지 않았을까. 좋은 물이 풍부한 이곳은 대마면 화평리 수촌마을에 위치한 수촌경로당(회장 신종권·78)이다.

“땅을 한 뼘만 파도 물줄기가 전깃줄까지 솟아오른다”며 “마을에 올땐 뾰족 구두를 피해달라"는 농담을 건네는 수촌경로당 김근순 총무.

인류가 생겨나면서 문명이 발생했던 곳은 어김없이 물과 함께였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리라. 물 좋은 곳에 기름진 먹거리가 풍성하고 아울러 인심 좋을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충효정신과 미풍양속의 계승을 생활의 근간으로 삼고 있어 이곳은 가히 모범적일 수 밖에….

마을이 번성했을 때는 50여 가구가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30여 가구가 이웃을 이루고 있다. 여느 농촌 마을처럼 노령 인구가 대부분이지만 마을이며 들녘이 가지런히 다듬어져 빈틈이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 초입에 구한말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쳤던 의병장 후음의 넋이 모셔져 있는 삼강문이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작은 마을이면서도 공직에 봉사했던 사람이 많은 것은 조상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이어받았음이 아닐까.

34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수촌경로당은 예산이며 사업계획이 연초에 수립돼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노령이어서 특용작물보다는 무난한 벼농사가 주 수입원인 이곳은 정월대보름에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로 한 해를 연다. 제수용품 준비는 물론 풍물굿 지신밟기 뒷정리까지 주민 모두가 함께 즐기고 함께 수고한다.

이곳은 국경일에는 태극기 달기와 식목일에는 한 집당 한 그루 나무심기를 독려해 국가적 행사에 적극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설과 추석 등 많은 출향민이 방문하는 명절에는 미리 마을 대청소를 실시해 편안한 귀향을 돕는 한편 연말엔 출향민들을 초청해 위안잔치를 통해 자주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풀고 있다.

같은 노인정 회원이면서도 부녀회를 따로 조직해 여자로서의 섬세함으로 마을 안팎을 챙기고 있는 여자 어르신들은 마을 주변 전답의 폐비닐과 빈농약병을 수거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통해 얻어지는 재활용품으로 자금을 조성해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전달하고 있다.

또 모처럼 한가로운 농한기에도 풍물을 즐기는 남자 어르신들의 간식거리를 챙기며 내조를 아끼지 않으며 마을 주민들의 대소사에도 단결력을 유감 없이 발휘해 자신의 일처럼 노령임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이순이 객원기자si253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