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생각이 세상을 바꿉니다”

옥당골칭찬릴레이 / 홍경희씨<군남면>

2005-10-06     박은정
가녀린 코스모스의 몸짓도 누런 들녘도 진한 국화향에 자리를 양보하며 바람이 제법 쌀쌀해 진 오후. 비닐하우스에서 말린 고추를 손질하던 젊은 아낙네 홍경희(39)씨가 수줍게 필자를 만났다.

“하하하.”“어서오세요.” 짧은 두 마디에 부끄러운 겸손함과 순수한 반가움이 가득히 전해졌다. 4남2녀 중에 막내며느리인 그가 주변에 칭송을 듣는 것은 치매와 중풍으로 정신과 몸이 온전하지 못한 88세 된 시어머니를 10여년째 정성을 다해 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은 나아요. 지금처럼 몸이 많이 불편하지 않으시고 거동이 자유로우실 때는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마을에서 일을 만드셔서 많이 힘들었거든요”라며 “요즘에는 거동이 불편해 집안에만 계시니 식사를 챙겨드리고 대·소변만 치워드리면 되니 예전보다는 많이 수월해졌지만 어머니는 많이 답답하실 겁니다”라고 오히려 안타까움을 전하는 그의 모습은 듣던 대로 효심이 가득했다.

이런 그는 시어머니뿐만이 아니고 마을어르신들 또한 바르게 공경하고 마을일이라면 팔을 걷어 부치고 적극적으로 나서 마을주민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마을의 한 어르신은 “젊은 각시가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는 모습이나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지내는 모습이 참 이뻐”라며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야무지게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잘 살고 있으니 그것이 고마운 것 아니겠는감”이라고 그를 칭찬했다.

경북 구미에서 생활하던 그는 13년전 군남 남창리로 시집와 지금껏 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의 두 아들을 두고 있는 홍 씨의 밝은 얼굴 뒤엔 또 하나의 숨겨진 아픔이 있었다. 그것은 얼굴조차 기억할 수 없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도 그가 16세 되던 해 연탄가스 사고로 세상을 떠나 그때부터 부모형제 하나없이 세상을 혼자 살아왔던 것.

이처럼 순탄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과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작은 희망의 싹을 키우며 차곡차곡 일상을 알차게 채워가고 있는 홍 씨. 그의 모습은 절망과 비관속에 좌절하는 나약한 현대인들에게는 일깨움의 자명종으로, 또 배부른 투정쟁이들에게는 귀한 교훈으로 남으며 주변에 잔잔한 여운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