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공모전 수상자 

2022-10-20     영광21

▶ 대상
최형만<전라남도 순천시> / 불갑산의 가을 

▶ 금상 :
정승민<전라남도 영광군> / 상사화
김상구<부산광역시 동래구> / 상사화 축제를 다녀와서

▶ 은상 :
정광철<광주광역시 남구> / 내가 만약 꽃이라면 상사화가 될래
박영득<서울특별시 은평구> / 꽃무릇 사랑
강수연<광주광역시 서구> / 상사화와 누군가의 노력

▶ 동상
홍진용<전라북도 정읍시> / 상사화
김무영<전라남도 목포시> / 영광 스케치>
박대석<전라남도 함평군> / 만남
전아인<경기도 수원시> / 다시 일어설 힘,
이 숙<전라남도 영광군> / 울 엄니의 아픈 손가락

▶ 입선
황애라<전라남도 나주시> / 불갑산 가는 길
조영애<전라남도 영광군> / 상사화와 코로나
황정애<광주광역시 서구> / 숨어있는 아이콘을 열면 불꽃이 튄다
임종훈<전라남도 목포시> /붉은 상사화
김 휼<광주광역시 광산구> / 꽃무릇 애달픈 걸음
오미옥<세종시> /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자
김순봉<광주광역시 북구> / 곰삭은 꽃처럼
허 암<부산광역시시 해운대구> / 꽃무릇! 붉게 타는 그리움
김수민<전라남도 영광군> / 부끄럼 없이, 붉게 물든다는 것은


 

2022불갑산상사화축제 기념 인터넷 공모전

■ 대상 수상소감 - 최형만 / 전남 순천시

불갑산의 가을이 붉어질 무렵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덩달아 제 마음에도 붉은 물이 들었습니다. 속을 식힌 뒤에야 불갑산을 오르던 그 시간이 떠오르더군요. 
온통 붉게 물든 그 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그날 우리 일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가며 사진을 찍었는걸요. 지금도 지나간 사진을 꺼내보면 청명하게 부서지던 그 가을빛과 산새의 지저귐이 있습니다.
시詩는 제게 늘 그런 존재였습니다. 잊히고 말 풍경을 고스란히 기억하게 해주니까요. 잎과 꽃의 시간이 어긋나 서로가 만날 수 없는 상사화를 보면서 새삼 불가의 인연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면 불갑산이라는 이름 또한 그럴 테지요. 
뜬금없게도 영광굴비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동네 어귀에 생선 트럭을 세워놓고 하염없이 영광을 외치던 중년의 사내는 또 어떻고요.
바쁘게 살아야 사람 구실 한다는 요즘입니다. 그런 제게 불갑산은 가만히 멈추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풍경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시절 인연이 닿아 불갑산상사화축제 인터넷 공모전과 깊은 인연을 맺습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잎과 꽃도 제 마음에서 함께일 겁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 대상 수상작

불갑산의 가을 / 최형만

연실봉에서 서쪽 바다를 보다가
장군봉을 지나 법성봉을 본다
몇 번의 갈림길에서 덫고개를 지나는 동안
돌아온 길에 다시 서니 불갑사다
억겁의 윤회로도 만나지 못한 인연의 길
걸어가면 온통 붉게 타는 꽃길이다
화문花紋의 자세로 잎을 기다리다가
바람의 화술에 낱낱이 베어진 몸은
갈라진 계절의 허공까지 기억하는 걸까
그 붉은 시간을 따라가면
깨금발로 선 당신의 발자국도 보인다
입으로 잎을 맞추던 연인들이
그날 뜨거운 속말을 상사화에 새겼다던가
오래된 숨이 꽃대에 한 움큼이다
이제야 읽기를 배운 아이처럼
꽃잎 한 장에도 두근대는 사람들
엇갈린 한 생이 비켜날 때마다
새들이 날아간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햇살이 무너진 자리에 그늘이 든다
천년의 사랑은 산세를 깨치며 오는 걸까
해와 달이 번갈아 지는 동안
그제야 뭇별처럼 빛나는 당신의 얼굴
고개 들어 보니 아, 불갑산의 가을이다


■ 심사평

코로나 사태의 고비를 넘어서서 일단락되는 분위기 때문인지 응모작품들이 많이 모였다. 시와 수필을 포함해 족히 200여편을 넘는 작품의 원고들이 두툼했다. 또 그 내용 역시 예전과는 다른 의미와 깊이들을 지니고 있었다. 행사의 성격에 따라서 주어진 주제인 상사화, 영광, 불갑산, 가족, 사랑, 가을이라는 일견 외면적 풍경을 넘어 개인의 삶의 체험과 성찰이 도드라지고 있었다. 이 역시 코로나라는 비상한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의 내면에 축적돼 일상으로 드러난 단면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듯이 주어진 주제 자체가 영광과 불갑사 또는 상사화라는 지역의 특성 어린 자연과 풍광인지라, 대개의 작품이 우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외면 풍경을 묘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학이나 예술이라는 것이 단순히 외면의 풍경을 재현하거나 우리에게 감득된 1차적인 차원의 표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작품들을 우선 제외했다. 
거듭 밝히지만 문학과 예술의 창작은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행위이기 때문에 사실 인간의 이야기나 인간의 성정이 빠진 작품들은 잘해야 소재를 그리는 형태에 머무르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 남도에서는 자연풍경을 그리는 산수화에서도 우선 인간의 심사를 중심으로 보이는 진경산수화나 남종화를 우선하는 예술적 전통이 깊다. 최근 들어 시와 수필이 짧은 글의 형식이라고 해서 단순한 자연묘사나 서정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풍경을 그리되 자신의 이야기와 심정이 우선 담기지 않은 작품은 습작이라면 모르되 망측한 풍경의 하나라고 아니할 수 없겠다. 최소한 풍경이 내가 되고 내가 풍경이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글들이 돼야 한다.
다행히 이번 공모전에서는 이러한 작품들이 많아서 든든했다. 최형만씨의 시 <불갑산의 가을>과 역시 마찬가지로 대상을 다퉜던 정승민씨의 수필 <상사화>와 김상구씨의 시 <상사화 축제를 다녀와서> 등은 이러한 물아일체를 통하여 물론 자신의 체험과 서정을 자연과 지역의 풍광으로 엮어내는 솜씨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대상을 차지한 최형만씨의 시 <불갑산의 가을>은 시문학 언어의 탁월한 구사 능력과 함께 외면의 풍광을 제 안에 담아서 시의 풍경으로 재창조해내는 미덕이 아름다웠다. 
끝으로 백일장 심사의 세부기준은 시와 산문을 아울러 정확한 문장 구사 능력과 적절한 주제 구현 및 매끄러운 내용의 전개에 초점을 두었음을 밝힌다. 아울러 이러한 백일장의 최종 수상자는 사실 영광 불갑산과 상사화를 직접 찾아서 만나 일상의 하루를 삶의 즐거움으로 만끽한 참가자들 모두이다. 여전히 하늘은 맑고 삶은 아름다운 가을날이 되길 기원한다. 
박관서 / 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