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 중·고등부
은상
가을은 어딜 그리 바삐 가나
오연우 / 영광여중 2학년
시원한 바람으로 나를 제일 먼저 반겨놓고
푸르던 잎에 알록달록 색 입혀놓고
떫은 감을 달달하게 만들어 놓고
가을은 어딜 그리 바삐 가나
겨울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걸까
혹시 여름이 그리워서일까
올해도 나는 가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네
올해도 가을은 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네
동상
가을비가 내리는 이유
홍의영 / 법성중 3학년
가을비가 아침에 오는 이유는
여름과 잘 이별했다고
그대에게 알리기 위해서겠지요
가을비가 잔잔한 이유는
여름에 쫓겼던
그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겠지요
가을비가 조용한 이유는
가을비에 멈춘
그대의 마음을 안아주기 위해서겠지요
가을비가 무거운 이유는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그대의 마음이 비워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가을비가 천천히 내리는 이유는
겨울이 되면
그대가 나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여름과 겨울 그 어디선가
나는 가을비를 내리며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동상
공통점
김나영 / 영광공업고 1학년
나를 보며 애써 웃음 짓는
그대가 나에게 등을 보였다.
눈에 아른 아른 거리며
마음 한편에
쓸쓸한 뒷모습을 새겼다.
스치는 가을바람이
내 온몸에 상처를 낸다.
그가 뒤돌아 떠났을 때
내 마음에, 눈에
뜨거운 것이 맺힌다.
길을 걷다 주위를 보니
마음에 눈물방울이 맺힌 네가 있다.
기약 없는 만남을 기다리는 상사화.
내 마음을 알아줄 너를 만나
반가움에 오래도록 앉아 바라봤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외롭게 피어난 너를.
하염없이 나도 그대를 기다린다.
어느새 가을바람이 불 듯
마치 언젠간 다시 올 것처럼.
입선
상사화, 그리움의 붉은 꽃
곽지현 / 영광고 2학년
붉은 꽃 지천에 깔려
너른 들 붉게 물들이면
애이불비哀而不悲 애타는 그리움
그대 있는 곳까지 닿을까
작게나마 보일 그 붉은 빛
그대에게 내 마음 전할까
가을바람 서늘히 불어오고
그리움의 붉은 꽃 드리오니
이 내 마음 받으셨다면
녹빛으로 답해주시오
가장 소중했던 추억
김하늘 / 염산중 2학년
붉은 단풍 아래에
붉은 상사화 위에
붉은 가을 안에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던 너는
아무 일 없듯 푸른 하늘을 보았고
붉은 단풍 아래에
붉은 상사화 위에
붉은 가을 안에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던 너를
아무렇지 않은 듯 바라볼 수밖에
그날에 너는
다시 볼 수 없는
가장 소중했던 추억
낙엽이 모르는 사이에
서태민 / 영광중 1학년
낙엽이 모르는 사이에 가을이 와버렸다.
시간이 너무 빠른 것도 같지만 수업시간이 되니 여전히 느린 것 같다.
바람도 모르는 사이에 가을이 와 버렸다.
계속 선선하게만 불어주면 좋을 텐데.
친구들이 개학 전날 밀린 숙제를 하듯
바람 한 점 없다가도 세차게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