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끼리 정 나누며 한집처럼 살아요"

경로당 탐방 ⑦ 월산경로당<법성>

2005-10-27     영광21
산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고 게다가 기름진 농토와 넓은 바다를 함께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어 그야말로 산해진미로 먹거리까지 풍성해 가히 우리지역 영광은 살기 좋은 곳이다.

그럼에도 2%정도 부족함에 허기가 졌던 이유는 아무래도 물이 흐르는 하천의 부재가 아니었을까. 영광에서 법성 가는 길에 풍부한 수량의 와탄천을 만날 수 있다. 갈대의 호위를 받으며 흐르는 와탄천의 풍성함은 너른 들녘에 풍요를 몰고 왔나보다. 옛날 머슴도 쌀밥을 먹는다는 법성면 월산리에 위치한 월산경로당.

막바지 가을걷이로 땀냄새 풍기는 들녘을 바라보는 조용한 마을엔 누렁이의 주인행세가 만만치 않다. 인근의 산하치, 덕평, 화장동, 월계마을 등 네 곳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는 월산 경로당은 160호 가구 중 회원은 28명으로 가입률은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여러 마을 주민들이 사용하다보니 경로당까지의 거리가 멀어 쉽게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 주민들은 그나마 자전거를 이용해 가끔 들르기도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여자 주민들은 엄두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 같은 공간적 괴리를 이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가고 있다. 경로당 유지보다는 회원 상호간의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매달 회비를 거출해 자금을 조성해가고 있다. 회원들이 고령인 이유로 질환이나 사망 등 우환을 겪게 되는 일이 많아 준비된 자금은 이때 요긴하게 쓰고 있다.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가게되는 농한기 화전놀이도 이들에겐 따로 정해진 시기가 없다. 회원이 다른 지역에서 치료나 요양 중에 있을 경우 병문안을 겸해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병중인 회원에겐 더 없는 격려가 되고 회원 상호간에도 친목을 도모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다고 한다. 홍인표 고문(83)은 “자녀들이 모두 외지에 나가 살고 있어 몸이 불편해지면 마음까지 곱절로 서러워지는데 비록 소박한 방문이지만 따뜻한 마음과 함께 전달할 수 있어 회원들간에 호응이 좋다"고 했다.

하나의 경로당을 여러 마을 주민이 같이 사용하고 있어 불편한 점도 있지만 구심체 역할도 하고 있다. 경로당을 중심으로 생활이 이뤄지고 있어 다소 먼 거리에 있는 회원간에도 이웃같은 정감을 느낄 수 있고 기쁜 일은 물론이거니와 힘겨운 일에도 주민 모두가 내일처럼 발벗고 나서주기 때문이다.

경로당 관리도 마을별로 돌아가며 감당하고 있어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벼농사이고 대개 자급자족 규모로 재배하고 있어 부족분은 서로에게서 충당하고 있다. 또한 음식 나누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아 이웃의 식탁 차림이 엇비슷하며 그릇까지 섞여서 이제는 굳이 자기 그릇을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양 어깨 축 늘어져 능수버들 웬말인가’라는 홍인표 고문의 싯귀처럼 세월을 구르며 입게 되는 상처를 서로 어루만져주며 버팀목이 돼 느리지만 같이 가려는 이들의 마음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순이 객원기자 si253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