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도 부끄럽다는 생각 안했어요”
옥당골칭찬릴레이 / 이복임 묘량면
2005-10-27 박은정
집을 잘 찾지 못하는 필자를 위해 큰길까지 마중 나와 반기는 그를 따라 마당을 들어서니 백발의 할머니가 마당 한켠에서 가을걷이한 농작물을 손질하고 있다. 그는 바로 90세된 이복임씨의 시어머니.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장애인들을 위해 특수 제작된 오토바이.
“넷째아들이 아버지 편하게 다니라고 사준 것이여”라며 “우리 막내아들은 더 좋은 것을 사준다고 난리구먼”이라고 자식들의 효성을 슬며시 자랑하는 이 씨는 아들만 다섯을 두고 있다.
묘량 효동마을이 고향인 이 씨는 22살 되던 해 아버지의 소개로 어렸을 때 골반을 다쳐 다리가 불편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 씨는 이렇게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힘든 일을 해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40여년동안 모셔온 시어머니 또한 지극정성으로 한치도 소홀함없이 모셔 주위에서 칭찬을 듣고 있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혹시 부끄럽게 느꼈었던 적은 없었냐'는 물음에 화들짝 놀라는 이 씨는 “남편이 몸이 불편하기는 했어도 성품이 온유하고 착해 자상하게 가족들을 잘 챙겨주었다”며 “자식들이나 저나 남편을 한번도 부끄러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평생을 남편의 손과 발이 돼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했고 시어머니 또한 변함없는 마음으로 모셔온 그도 이젠 나이가 많이 들어 척추수술을 하는 등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그가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비록 몸이 불편하지만 부인과 가족들을 위해주는 따뜻한 남편의 사랑때문이라고 한다.
2,000여평이 조금 못되는 농사를 지으면서 가난하지만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이복임씨. 그가 걸어온 삶속에 비춰진 아름다운 발자국은 주변에 진한 감동의 교훈으로 또 다른 그림자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