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신조 인명피해 없지만 곳곳에 생채기
농경지 침수 389.3㏊ 논콩 재배농가 100여㏊ 수확 불가능 직격탄 맞아
■ 지역 강타한 역대급 물폭탄에 망연자실
그야말로 역대급 물폭탄이 영광군을 강타했다. 물폭탄으로 인한 피해는 인명피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번 폭우는 낙월면을 제외한 영광군 전역에서 주택과 농경지 침수, 옹벽 붕괴 등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19일 오전 현재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에서 208건의 재산피해가 나타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여기에는 4척의 어선이 침몰하고 43.5㏊에 이르는 소금 결정지 3곳의 염전이 침수되는 피해가 나타났다. 특히 백수읍(85㏊)을 비롯한 군남(80㏊), 군서(76㏊), 염산(69㏊) 등 389.3㏊에 이르는 농경지가 침수됐다.
농경지 침수는 48시간 내에 물빼기 작업을 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쌀 수급안정을 위해 타작물 재배 전환으로 추진된 논콩 재배의 경우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영광군 관내 논콩 재배면적은 300㏊로 이중 100여㏊에 이르는 면적이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논콩은 파종시기가 6월10~25일로 26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와 함께 이번 집중호우까지 장기간 발생한 과습으로 인해 뿌리가 고사해 사실상 생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영광군은 후속대책으로 읍면 담당지도사를 배치해 농가에 8월초까지 파종 가능한 녹두 파종을 권하는 동시에 정부에 건의할 예정인 논콩 재배농가에 대한 전략작물 직불금 지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또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기간을 8월초까지 연장했고 침수필지 자격조건 완화 등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영광군은 14~18일 이어진 극한 호우와 관련해 각 읍면에 500만원씩을 배정해 재해위험시설 응급복구비로 사용하게 할 방침이다.
유래없는 이번 물폭탄은 지난 14~15일 양일간 집중됐다. 14일 하루동안 내린 폭우는 군평균 119.0㎜였다. 이틀간 가장 많이 내린 곳은 불갑면(214.5㎜)으로 한때 시간당 46.5㎜가 내리기도 했다. 13일까지 88% 저수율을 나타냈던 불갑저수지는 하룻만인 14일 만수위를 기록했다.
14~18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는 올해 누적강수량인 978.9㎜중 1/3에 해당하는 327.9㎜였다. 연간 누적강수량의 절반인 475.8㎜가 7월에 집중됐다. 7월의 강수량은 2016년 이후 월간 강수량으로 보면 2020년 7월에 내린 475.1㎜ 보다 많았다.
한편 호우예비특보가 발령된 것은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경. 영광군은 이날 오후부터 비상근무 1단계를 발령하며 비상근무 체제로 개편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더 급박했다. 이날 아침 집우호우로 인한 현장점검에 나섰던 강종만 군수는 의회에 임시회 연기를 요청해 예정된 임시회가 이례적으로 취소됐다. 특히 강 군수는 현장점검 과정에서 선박 고정을 위해 어선에 탄 어민들이 위험하다고 보고 하선시키자마자 어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를 차단했다는 후문이다.
다음날인 15일 오후 5시10분부터는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격상되고 비상근무도 2단계로 발령됐다. 전날부터 주택침수나 산사태 우려가 있는 인근 주민들도 대피했다. 18일까지 지역 곳곳에서 모두 103세대, 132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또한 호우경보가 내려진 이 기간동안 불갑산 등산로와 불갑테마공원· 백수해안도로의 데크산책로 등이 전면통제되기도 했다.
‘집중호우가 언제 내렸는가’라고 의문이 들 정도로 19일부터는 강렬한 태양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