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끓여 주던 곰국 맛 그대로
전남사회적경제기업 - 영광 농업회사법인 웰빙푸드(주)
초복이 지났다. 말복을 앞두고 있다. 복날이면 어머니께서는 잊지않고 사골 곰국을 끓였다. 한여름 뒤란에 있던 아궁이 무쇠솥에 사골을 푹 고아 밥상에 올리곤 했다. 가족의 ‘보양’을 위해서였다. 무더운 한여름을 무탈하게 날 수 있는 힘이 되곤 했다.
올여름엔 내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믿는 구석이 있던 터였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청보리한우 사골곰탕’을 꺼냈다. 지난 6월말 영광 법성포에서 열린 단오제 행사장에서 사 왔던 곰국이었다.
냄비에 곰국을 붓고 끓였다. 파를 송송 썰어 넣고, 후추와 소금도 한 꼬집 가미했다. 담백하면서 구수하다. 잡내도 나질 않는다. 어머니가 끓여 주던 진한 곰국 그대로다. 미리 준비해 놓은 수육 몇 점을 올렸다. 유명 곰탕집의 곰탕이 부럽지 않다. 아이들도 잘 먹는다.
김치찌개에도 조금 넣었더니 맛이 확 달라진다. 천연조미료로도 맞춤이다. 인터넷에는 떡국, 만둣국, 된장찌개에 넣어도 맛있다는 사용 후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청보리한우 사골 곰탕 ‘담백·구수’
‘청보리한우 사골곰탕’은 영광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웰빙푸드(주)가 만든다. 웰빙푸드는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취약계층 3명이 일하고 있다. 농협의 계통공급 계약업체이기도 하다.
청보리한우 사골곰탕은 ‘대한민국 보리산업특구’인 영광에서 청보리 발효사료를 먹고 자란 한우의 뼈를 고아 만든다. 섬유소가 풍부한 것이 남다르다. 베타글루칸은 불포화지방의 축적을 억제한다. 웰빙푸드가 청보리한우 사골곰탕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다. 필수 아노미노산도 많다. 천연 콜라겐도 들어 있어 피부건강에도 그만이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좋다.
청보리한우 사골곰탕을 만드는 과정은 지난하다. 인내와 정성이 필요하다. 축협에서 공급받는 청보리한우 사골만을 주먹 크기로 잘라 하루 동안 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핏물은 잡내의 원인이 되기도 해 말끔히 뺀다. 핏물을 뺀 후 끓이길 시작한다. 꼬박 사흘 밤낮을 끓인다. 맛을 더하기 위한 다른 어떤 재료도 넣지 않는다. 곰국에 뜬 기름은 필터로 걸러냈다. 어머니가 끓이던 방식 그대로다. 정성 없인 할 수 없는 일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수입산 소뼈를 고아 만든 제품이 많습니다. ‘청보리한우 사골곰탕’은 100% 영광 청보리한우 뼈만을 해썹(HACCP) 시설에서 푹 고아 만듭니다. 첨가물도 전혀 넣지 않았습니다.”
김의성 대표의 설명이다. 언제나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한 곰국의 농도조절도 필수다. 농도는 5브릭스(Brix)로 맞춘다. 갖은 시행착오 끝에 찾은 가장 맛있는 농도다.
“사골에도 당분이 있어요. 당분의 농도를 5브릭스로 맞춥니다. 사골 농도측정기가 있습니다만 브릭스로 맞추는 것이 더 편하고 좋더라고요.”
멸균은 레토르트 공법으로 한다. 곰탕을 포장 용기에 넣어 밀봉한 후 멸균하는 방식이다. 개봉하지 않으면 상온에서 1년 동안 보관할 수 있다.
포장 형태도 남다르다. 대용량 스탠드 팩에 마개를 달아 쓸 만큼 쓰고 남은 곰국은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보관하도록 했다. 1인 가구에도 안성맞춤이다. 아이디어가 빛난다.
‘청보리한우 사골곰탕’은 웰빙푸드 누리집과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만날 수 있다.
참옻진액과 복분자 생즙도 생산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발효 참옻진액도 생산한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제거한 옻오름이 없는 참옻진액이다. 웰빙푸드 농장에서 재배한 참옻나무를 파쇄해 톤백에 장수버섯 종균을 함께 넣어 발효시킨다. 발효 과정에서 인체에 해를 가하는 독성인 ‘우루시올’ 성분을 제거한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이 고안한 방법이다.
“옻 제품을 출시하려면 성분 검사서를 관련기관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합니다. 옻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옻이 오를까 봐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닭이나 오리 요리의 육수로 사용하면 좋다. 삼겹살, 생선요리 등에도 좋다. 특유의 잡내가 나지 않고 고기가 쫀득해진다. 김 대표는 밥할 때도 넣는다.
아침저녁으로 한잔씩 마셔도 좋다. 참옻진액은 성인병 예방과 노폐물 배출에 좋다. 뭉친 어혈을 풀어주고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복분자·오디 생즙도 생산한다. 복분자·오디·아로니아 생과를 28%씩 넣고 믹서로 갈아 비타민C를 첨가해 저온 살균했다. 생과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최근에 새 제품도 출시했습니다. ‘황칠 구운 보리굴비’와 고등어입니다. 부새와 고등어 등을 따 손질하고 황칠소금 간으로 비린내를 잡았습니다. 특허 받은 오븐에서 원적외선으로 두 번 구워 기름을 쪽 뺀 후 진공 포장한 냉동제품입니다. 집에서 해동 후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에 2~3분 정도 데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정말 맛있는 보리굴비와 고등어구이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의성 대표의 입에 침이 마른다.
/ 전남새뜸
웰빙푸드(주) 김의성 대표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며 이윤을 위해 품질과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소처럼 우직한 고집으로 정직하게 생산하겠습니다.”
김의성 대표는 영광 토박이다. 30년간 지역농협에서 일했다. 농협에 근무하면서 농민들이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을 스스로 갈아엎고, 홍수출하로 헐값에 팔리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안정적인 출하가 힘든 상황에서 농산물의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가공 판매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정년퇴직 후 평소 생각하던 바를 실천에 옮겼다. 2011년 영광웰빙식품을 설립하고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가공 제품 개발에 나섰다.
갖은 시행착오를 극복하며 복분자 가공에 이어 청보리한우 사골곰탕과 참옻진액 생산·판매로 사업의 영역을 넓혔다. 2019년엔 해썹시설을 갖춘 공장을 새로 지어 이전했다. 회사명도 ‘웰빙푸드’로 바꿨다. 최근엔 원적외선으로 구운 보리굴비와 고등어 상품을 개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