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핵폐기장 문제
박찬석 / 본지 편집인
2005-11-10 영광21
거의 20여년이란 세월을 핵폐기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정부는 이로써 핵폐기장 문제가 일단락된 양 크게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핵폐기장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고 지금부터 시작이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주민투표를 통해 핵폐기장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 정당한 결론이라고 할 것이다. 주민투표의 목표는 지역의 문제는 실제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토론과 선택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민투표의 실시를 민주주의의 구현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올바른 주민투표를 실시하였을 때만 민주주의를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는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올바른 과정을 상실했다. 부재자 투표 의혹, 불법선거운동, 투표의 공정성 결여, 공정한 토론의 실종 등 숱한 문제점들이 거론되고 있다. 또 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번 주민투표의 후유증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통해서 드러난 문제에서 잘 알 수 있듯이 핵폐기장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활화산이다. 우선 문제를 해결하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다보니 모든 과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3000억+ '라는 거대한 당근을 앞세워서 낮은 재정자립도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끼리 이전투구를 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미끼에 현혹된 지방자지단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과 탈법을 벌이도록 교사한 꼴이 되었다.
핵폐기장 문제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안전성이다. 제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 부지를 산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을 살수는 없다. 안전성은 정확하고 합리적인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서만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우긴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돈으로 샀다고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동안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원자력문화재단을 비롯한 각종 찬핵단체에서는 핵폐기장은 위험하지 않은 안전한 시설이라고 틈만 나면 주장하였다. 만일 그들의 주장처럼 핵폐기장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무엇 때문에 굳이 오지에 시설을 세우려고 한단 말인가? 그리고 거대한 경제적 혜택을 덤으로 주려고 하는 까닭은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핵폐기장이나 핵발전소와 같이 거대한 핵시설은 안전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따라서 그러한 핵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입지조건으로는 우선 지반이 튼튼해야 한다. 다음으로 핵시설은 만일의 사고를 가상해야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저인구지대를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찬핵론자들의 주장대로 핵시설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최대 전력 소비지인 서울의 여의도에 지어야 맞다는 얘기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시대착오적인 핵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고돼야 한다. 아울러 주민투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진정한 생태민주주의를 실현시키려는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