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무적자 “이제 나도 주민등록증이 생겼어요!”

지역주민과 사회복지기관의 협력이 빚어낸 아름다운 결실

2024-10-02     영광21

 

지적장애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지고 무적자로 15년 가까이 염산면의 대파밭 농장에서 일해오던 주민이 드디어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게 됐다.           / 본지 9월5일자 보도
57년간 무적자로 지내온 이모씨가 지난 9월30일 염산면사무소를 찾아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며 주민등록증 발급 절차에 들어가게 돼 당사자와 이씨를 돕던 주변인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 자리에는 당사자인 이씨와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수행한 특정후견인,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윤하연 팀장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광주가정법원에서 송달받은 성본창설을 허가한 재판부의 결정문을 첨부해 신청서를 작성해 접수했다. 
간단한 신청서 작성후에 가족관계등록부가 만들어져 지문등록이 완료되자 마침내 이씨의 주민등록번호가 생성됐고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게 됐다. 불과 한시간여도 안걸린 ‘찰나’의 시간이었다.  


앞으로 이씨는 염산면사무소와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기초수급, 장애인등록의 절차를 진행하며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게 될 예정이다. 
처음 면사무소에 도착해 수줍기만 하던 이씨의 얼굴에서 점점 미소가 번지고 지문등록의 과정이 완료되고 각종 증명서를 손에 받아 들고서는 상기된 표정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임시신분증을 손에 들고 은행을 찾아 난생 처음 통장을 발급받은 이씨는 “이제 나도 한국사람이 됐다”며 기쁜 마음을 표하며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하며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반복했다. 
이날 염산면사무소는 이씨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이씨가 일하던 대파밭 농장주와 마을주민들, 염산면사회복지협의체 임대섭 부위원장, 영광자립센터장이자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의 남궁경문 센터장 등이 참석해 기쁨을 함께 했다. 
지난 7월부터 특정후견인 지정, 성본창설 신청과 인용의 모든 과정을 진행한 남궁경문 센터장은 “지역사회의 소외된 분들이 복지의 혜택을 누리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이씨가 이제까지의 외롭고 힘들던 시간을 넘어 평온하고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는 (사)전남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영광군지부 소속으로 2022년 3월 문을 열고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지원, 권익옹호, 상담 및 정보제공, 후견활동지원, 문화여가 체육활동, 지역네트워크 사업 등을 목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