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죽 엎드린 사과부터 확신 가득한 변명 or 해명
10·16 영광군수 재선거 톺아보기 - 후보 자신의 과오 어떻게 보나
이석하 “변명 여지없는 불찰” 장세일 “폭행, 물리적 충돌 없었고 언성만” 장현 “총학생장, 자랑스럽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개인이건 집단 상호간이 됐든 도의적이건 도덕적인 측면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잘못이 때론 사회통념을 넘어 법규를 어기고 죄를 저지르면 범죄가 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이번 영광군수 재선거는 모든 군민이 알다시피 강종만 전군수의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행위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이 확정돼 진행되는 사안입니다. 이 때문인지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후보의 소속정당이나 자질 능력, 정책 및 공약보다는 도덕성, 청렴성을 군수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꼽고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예비)후보들이 자신의 잘못이나 과오, 범죄를 대하는 자세는 천차만별입니다.
진정성은 줄째치고 선先 사과에서부터 상대의 질문이나 문제제기로 인한 사과, 확신에 찬 반론까지 다양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어찌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 삶과 사람, 세상을 대하는 생각의 반영이라고 판단됩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장면 1. 민주당 이동권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동권 예비후보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8월5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사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출마회견의 말씀을 올리기에 앞서 제안의 말씀과 사과의 말씀 드리고 출마 기자회견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중략)
제 술에 대한 문제인데 먼저 사과 올립니다. 2018년 5월31일 저녁 10시30분 우체국 앞에서 음주단속을 걸렸는데 저에 대한 기대,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실망시켜 드린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먼저 사과를 진심으로 드립니다. 저는 지금 영광에서 술을 먹지 않은 시간들이 3년 가까이 됐습니다. 항상 조심하고 자기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사과를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에서는 만감이 교차한 듯 현장에 참석한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울컥하는 감정을 줄곧 짚어 삼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는 이후 실시된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야인으로 돌아갔습니다.
※ 장면 2. 진보당 이석하 후보
진보당 후보로 선출된 이석하 예비후보는 공약을 발표하는 정책브리핑을 8월말부터 매주 2차례 실시했습니다. 8월27일 그는 첫번째 브리핑에서 사과로 시작했습니다.
“정책브리핑에 앞서 군민들께 먼저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20여년전 음주운전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부끄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습니다. 군민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정책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과의 1문1답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앞서 후보 자신이 부끄러울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사과해 군민들을 대신해 감사하다”는 참석 기자의 말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을 이어갑니다.
“음주 부분은 제가 군수 재선거 출마를 결정하는데 제일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다른 일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익적 활동과정에서 일어난 부분이었지만 음주부분은 개인의 문제이고 과연 군민들에게 떳떳이 나설 수 있겠는가 고민을 가장 많이 한 부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 올립니다.”
이 같은 사과는 방송사 주관 토론회에서도 상대 후보의 질문을 받자 짧지만 분명하게 이어졌습니다.
“20년 전 음주는 변명의 여지없는 제 불찰이었습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 장면 3. 민주당 장세일 후보
장세일 후보의 사과발언은 10월1일 KBS가 주관한 방송토론회에서 장현 후보의 주도권 토론에서 ‘후보의 능력, 자질, 도덕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횡령은 제가 공직에 나오기 전에 이루었던 사항으로 집행과정에 대한 지식과 절차가 부족해서 위반했던 사안입니다. 국비지원사업이라는 엄중성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점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폭력행위는 철없는 시절의 과오였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있고요. 다만 20대에 있었던 일인데 물리적인 것은 없었고, 약간 언성이 있었는데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하고 지역사회에 헌신하면서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물리적인 것은 판결문을 보면 다 나옵니다. (판결문을 볼 수 있냐는 추가 질문에)제가 다음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에 대해 장현 후보는 “물리적 충돌이 없었고 언성만 있었는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 폭행의 정도가 굉장히 중한 것이었다는데”라며 의문을 지속해 제기했습니다.
판결문 공개를 언급한 장세일 후보가 이행할지 주목됩니다.
※ 장면 4.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출마할 때마다 불거졌던 장현 후보의 ‘총학생장’ 논란은 이번 선거에서도, 10월1일 방송토론회에서 이석하 후보로부터 제기됩니다.
“총학생장은 1980년 전두환이 만든 어용학생단체 학도호국단장을 말합니다. 80년대 총학생회장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으나 학도호국단장은 전두환 정권이 만든 정반대 부역조직이었습니다. 전두환의 학도호국단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광주영령과 호남시민들에게 석고대죄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공개사과할 생각은 없으십니까?”(이석하)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학생을 대표하는 조직이라고 하는 것은 그 정당성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학생들의 투표에서 나오는 겁니다. 단지 이름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총회에서 선출됐느냐 안되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장현)
논쟁은 다음 장세일 후보의 주도권 토론에서도 이어집니다.
“장현 후보는 총학생회장 출신입니까? 학도호국단 학생장 출신입니까?”(장세일)
“총학생장 출신입니다.”(장현)
“왜 학도호국단을 빼십니까?”(장세일)
“그것은 넣을 수도 있고, 안넣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장현)
“부끄러워서 빼는 겁니까? 부끄러워서?”(장세일)
“아니죠.”(장현)
“아니예요?”(장세일)
“네.”(장현)
“자랑스럽습니까?”(장세일)
“예, 자랑스럽습니다.”(장현)
총학생장 논란은 7일 광주MBC가 주관한 제2차 토론회에서도 재차 등장합니다.
“지난 토론회에서 학도호국단 총학생장이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그것에는 유효합니까?”(장세일)
“네. 그렇습니다.”(장현)
“참, 지하에서 전두환 학살자가 웃고 우리 박관현 열사가 통탄할 일입니다. 자랑스럽다고 하니 묻기가 참 애석합니다.”(장세일)
논쟁은 이석하 후보의 주도권 토론에서도 계속됩니다.
“전두환이 만든 어용학생단체인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경력을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총학생회장으로 바꿔온 것은 친일파가 독립군 행세를 한 것과 같습니다. 언제라도 한번은 사과하는 것이 적절합니다.”(이석하)
“학도호국단 문제는 그것은 지금 뭔가를 착각하고 계시는데 학도호국단이 초기에는 임명제였습니다. 제가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할 시기에는 학생들의 총의에 의한 선출직이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선출직이었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갖다가 지금 과거의 임명제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장현)
필자 개인적으로는 사실 장현 후보가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논란에 대해 예비후보 등록 시점에서부터 최소한 ‘유감‘ 내지 ‘사과’ 표명으로 일단락되기를 바랐습니다.
선거가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한 선택이고 과거 이력으로 인한 발목잡기와 에너지 소모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논쟁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일 토론회에서 발언한 “(공개사과할 생각이)전혀 없다”,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한 것이)자랑스럽다”는 말은 금도를 넘었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