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불갑산상사화축제 기념 시수필 인터넷 공모전 대상 수상소감
대상 수상소감 - 이기효 / 서울특별시 마포구
사무실에서 회의하던 중 전화를 받았다. 061 지역번호가 눈에 보였다. 회의를 마치고 부재중 전화에 회신을 했다.
“영광21신문사입니다. 인터넷 공모전 대상을 축하합니다.”
너무 뜻밖에 전화여서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글을 통해 상을 받는다는 것이 익숙지 않기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마음은 이내 기쁨으로 변했고 이내 아내에게 자랑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렇게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문득 얼마 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전쟁서 날마다 사람이 죽는데 무슨 잔치냐.’
10분 남짓의 기쁨이 이내 사그라들었다. 가을바람에 살랑이는 낙엽과 같던 내 모습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나는 에티오피아에 업무차 출장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병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또 바실리오.(아또는 미스터라는 뜻이라고 한다.) 90세가 넘은 노병의 모자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는 참전하던 시기의 증명사진을 보여주었다. 19세의 앳된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리스와 에티오피아 혼혈이라고 말한 그는 머나먼 동쪽의 땅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젊음을 헌신했다.
19세 청년의 희생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한여름의 아지랑이처럼 뜨겁게 사라져간 넋이 없었다면 내가 10분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을까?
내가 받은 상은 분명 너무나 값지고 귀한 상임에 틀림없다. 이 공모를 만들기 위해 힘쓴 수고로운 손길에도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나의 보잘것없는 글귀에 귀 기울여준 심사위원들에게도 뭐라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수상소감이라는 부끄러운 글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에 이 기회를 빌려 풍요로운 시간을 허락한 순수한 영혼들을 기억하자는 뜻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