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 김영수 작가의 한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진시황도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여한 없겠다’ 탄식” 한비자가 ‘동양의 마키아벨리’인가 아니면 마키아벨리가 ‘서양의 한비자’인지 판단은 독자의 몫

2025-02-14     영광21

 

중국 전문가 김영수 교수가 이번에는 한비자韓非子에 관한 책을 냈다.《한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다.
책의 제목은 “진시황이 한비자의 글을 읽고는 ‘이 사람을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탄식했다”는 <한비자열전>의 한 대목에서 따왔다.
역대로 한비자와《한비자》에 붙은 별칭은 대단히 많았다. 그만큼 논쟁적인 책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와 ‘천하제일금서天下第一禁書’를 비롯해 ‘중국 사상사의 뜨거운 감자’까지 다양했다. 저자는 무협소설에 비유해 ‘무림 사파의 무공비급’이라는 재미난 표현으로 비유했다.

한비자는 서양학자에 의해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불렸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언급한다. 하지만 저자는 한비자와 마키아벨리의 시차는 무려 1,700년임을 지적하며 굳이 비유하자면 마키아벨리가 ‘서양의 한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비자는 전국시대 말기 약소국 한나라 공자로 태어나 쓰러져 가는 조국의 현실에 울분과 안타까움에 여러 대책을 올렸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한비자는 그 후 저술에 몰두했다. 
저술의 핵심은 약소국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권력자의 자질, 리더십, 군주와 신하의 관계 등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었다. 특히 리더의 자질과 권력행사의 방법에 중점을 두고 군신관계를 어떻게 설정하여 나라를 끌고 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비자》는 상당히 어렵고 읽기에 따라 위험한 책”이라고. 이 때문에 “어디에 초점을 두고 읽느냐가 관건이며 친절한 안내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한비자》를 크게 두 개의 범주로 나누어 분석한다. 
하나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민하고 미묘한 감정(심리)의 모순과 충돌에 주목했고 또 하나는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인간관계나 군신관계에서 발생한 일견 단순해 보이는 사례의 이면에 가라앉아 있는 문제점을 예리하게 끌어내 분석한 점이다. 
 그 한 사례로 평소 술 좋아하는 주인을 결국 술로 죽게 만든 곡양(시종)과 자반(주인)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이 부분은 지금 우리 현실에 대입시켜 보면 더욱 실감난다. 저자는 이 사례를 소개한 다음 이렇게 자신이 분석을 덧붙였다.
조직이나 나라의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명목만 슬쩍 바꾸어 속임수를 감추려는 짓이 여전하다. 이른바 측근이란 자들이 가장 많이 벌이는 짓이 이런 것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으로 글자 몇 개 바꾸고, 말 몇 마디로 꾸며서 사리사욕을 채운다. 묵계와 묵인을 통해서. 
그러면서 권력자에게는 한두 잔은 몸에도 좋고 정신건강에도 괜찮다는 얄팍한 말장난으로 유혹한다. 이런 자가 바로 간신이다. 
문제는 못난 리더도 그 유혹을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받아든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예의 묵계와 묵인이 오고 간다. 그래서 못난 리더와 간신의 관계를 숙주와 기생충에 비유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묵계와 묵인, 숙주와 기생충의 관계가 저들끼리는 얼마든지 가능할지 몰라도 그 결말은 거의 비슷하게 귀착되었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지어다. 
실패, 패배, 망신, 망조, 망국 중 하나로. 멀리 갈 것 없이 위 곡양의 최후만 봐도 결말은 뻔하다. 사사로운 묵계와 묵인에 담긴 것은 술도 탕도 아닌 독이기 때문이다. 
사족 한 마디 덧붙인다. 흔히들 술 마시고 실수한 다음 술 핑계를 댄다. 술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술에 대한 모독이다. 술 때문이 아니라 술이 그 사람이 그런 사람임을 드러내준다고 해야 옳다. 술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본문 243~248쪽) 

“고전은 낡은 책이 아닙니다. 낡은 책이냐 새로운 책이냐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의 시각과 관점의 문제입니다.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책을 보면 아무리 오래된 고전도 새롭게 보이고 방금 나온 책이라고 읽는 사람의 시각과 관점이 낡아 있으면 낡은 책이 됩니다.”
저자의 평소 지론이라고 한다. 각계각층 조직의 리더는 물론 고등학교 이상의 청소년도 충분히 읽고 음미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문체이다. 저자는 이를 ‘천입심출淺入深出’이라고 한다. ‘얕게 들어가서 깊게 나온다’는 뜻으로 생각하면서 읽으면 이 경지를 터득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2025년 대한민국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전망이다. 많은 시민들의 각성이 있었고 이 위대한 각성은 꾸준한 공부를 통해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진시황이 이 사람의 글을 읽고는 “이 사람을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탄식한《한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의 일독을 권해본다.

김영수 교수
(사)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