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섬세함을 겸비한 여성전용 경로당
경로당 탐방 ⑭ / 대전리 여자경로당<백수>
2005-12-15 박은정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잠시, “마을에 결혼식을 앞둔 집이 있어 할매들이 모두 그곳에서 음식 장만을 거들고 있응게 내가 후딱 가서 데리고 올탱게 기다리소”라며 경로당 문을 나섰던 어르신 뒤로 할머니 아니 아줌마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분명 경로당 회원인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었지만 다른 마을과 달리 어르신들이 젊고 멋져 좀 전의 텅빈 경로당의 당황스러움 뒤로 찾아온 첫인상에 또 한번 놀랐다.
“전 부치고 떡맨들다 왔는디 곱긴 뭐가 고와”라며 수줍은 반문을 던지는 한 어르신은 “우리마을 할매들이 젊기는 젊은 개벼. 오는 사람들마다 그런 소리를 하는걸 보면 말여”라고 호탕하게 웃는 모습에서 따뜻한 정이 묻어 났다.
이처럼 건강과 아름다움이 넘치는 대전리여자경로당은 지난 5년전 새롭게 건립돼 마을회관을 겸해 운영되고 있다. 약간 떨어진 위치에 남자경로당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데 거주하는 남자 어르신들은 남은 방을 회관으로 이용하며 어머니들 옆에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은 85세의 어르신까지 모두 4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특별한 회비나 자금없이 정부의 지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여자노인정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유난히 조용하고 정갈해 보이는 이곳은 수시로 어르신들이 드나들며 내 집처럼 생활하고 누구라 할 것 없이 경로당의 청결에 앞장서며 깔끔함을 지켜나가고 있다.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김순봉(74) 어르신은 “읍 소재지나 마찬가지인 곳에 위치해서인지 마을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어버이날이나 가끔 시간을 내 방문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문이나 행사가 없다”며 “그렇다고 크게 부족하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실정이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이 건강증진을 위해 바라는 운동기구라도 마련되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전했다.
어느새 검진을 받은 어르신들은 남겨진 숙제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일을 미처 마치지 못한 이웃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 순수함과 고향의 인정이 그대로 묻어 났다. 그런 어머니들이 지키고 있는 대전리여자경로당. 그곳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한 관리속에 차분한 안정을 이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