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옥당골 칭찬릴레이 / 박육희<군서면>
2005-12-15 박은정
군서면 가사리 만연마을 박육희(51)씨. 그는 오늘도 발목이 넘게 빠지는 눈속을 걸어 마을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고 있다.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우리 마을에도 혼자 지내시는 어르신들이 여러분 계십니다”며 “일을 하다가도 어르신들이 문뜩 생각나면 찾아가 목소리라도 듣고 와야 마음이 놓이고 차분해집니다”라고 이웃 걱정에 바쁜 박 씨.
그는 요즘 내리고 또 내리는 눈 때문에 일거리가 하나 더 늘어 더욱 분주하다. 그것은 안부를 살피러 찾아간 마을 어르신들의 마당이며 길에 쌓인 눈까지 치우기 때문.
백수읍 대신리가 고향인 박 씨는 20대 중반부터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광읍 연성리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다 지난 88년 이곳 가사리로 와 17년째 살고 있는 그는 돼지 1,500두를 사육하며 바쁜 와중에도 면과 마을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행사에 적극 동참해 물심양면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마을의 독거노인들을 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위에서 칭송을 듣고 있다. 이런 그는 지난달 영광군수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 씨는 “특별히 잘한 것은 없고 마을에 애·경사가 있으면 찾아가 돕고 어르신들은 그냥 궁금하고 걱정이 돼 지나는 길에 들려볼 뿐이다”며 “어르신들이 혼자 지내시다 돌아가셔도 이웃에서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일은 없어야 될 것 아니냐”라고 주변의 칭찬에 대한 부끄러움을 표시했다.
이웃의 한 주민은 “박 씨는 다부지고 부지런하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며 “마을에 일이 있을 때면 나름대로 물질적인 도움을 주고도 언제나 직접 참여해 육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그 모습이 주위에 성실하게 비춰지고 있다”고 그를 소개했다.
“저는 8남2녀의 6째로 태어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많은 형제들 틈에서 고생도 했고 그래서인지 어르신들이 내 부모같이 애정이 간다”며 “오가며 안부를 살피고 어르신들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조금씩 도왔을 뿐인데 객지생활을 하는 자녀들이 한번씩 내려오면 무척 고마워 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뿐만이 아니고 영광지역에서도 논에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이틀이나 지나 발견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아파트에 방치되다 열흘이 넘은 후에 발견되는 등 자녀와 이웃의 무관심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속출되고 있다.
이렇게 웃지 못할 수치스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속에 외모에서 풍기는 선한 인상만큼이나 따뜻한 정을 지닌 박 씨의 선행은 또 다른 자화상으로 일상을 뒤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