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정 좋은 마을 많은 인재 배출

경로당 탐방 16 / 남동경로당<군서>

2005-12-28     박은정
‘고뇌에 찬 삶의 여로를 걸어가는 주민을 위한 삶의 쉼터인 이곳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마음의 동화장소가 될 것이며 후손들에게는 뿌리를 알 수 있는 징표로 길이 길이 보존되리라.’ 1999년 9월17일 준공된 군서면 남죽리 남동마을 경로당(회장 박현모 사진) 앞마당에 세워진 건립기념비문의 일부분이다.

영광읍에서 5㎞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동마을은 주민들이 논과 밭에서 벼농사와 고추농사를 주로 지으며 생활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자자일촌을 이루고 있다.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대부분 주민이 60세를 넘은 노인들로서 젊은이들의 부재로 인한 일손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넉넉한 마음의 여유와 넘치는 정 때문인지 연세가 꽤나 높은 어르신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내년이면 104세를 맞는 어르신도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풍기는 김치찌게를 끓이는 맛있는 냄새가 점심시간을 조금 남겨놓은 시간임에도 입안 가득 군침을 돌게 하는 이곳 남동경로당은 농한기인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회원을 비롯한 주민 모두가 모여 식사를 해결하고 한 가족처럼 정을 나누며 다정하게 지내 단합심 좋은 마을로 이웃마을에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이 마을은 다른 마을과 다르게 공직자를 비롯한 많은 인재를 배출한 마을로도 주변에 이름이 알려져 있다. “우리 마을은 면사무소 하나는 차려도 될 정도로 이곳 출신 공무원이 많다”며 이번 폭설로 축사 일부가 무너진 이웃농가를 방문하고 돌아온 박준석(65) 이장은

“예전에는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우리마을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사정들이 모두 어려웠다”며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 성공할 것을 당부했고, 자녀들은 이런 부모의 뜻을 따라 학업에 열중해 무지에서 벗어났으며 반듯한 직업을 갖고 각자 사회구성원으로 그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넘치는 풍족함 속에서도 바르지 못한 생각과 행동으로 사회를 혼탁하게 하는 이들의 씁쓸한소식으로 마음상하는 오늘날에 남동마을 자손들이 보여준 바른 품행은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었으며 어르신들의 남겨진 삶에 뿌듯한 희망으로 커다란 의지가 되고 있었다.

박현모(78) 노인회장은 “객지에서 생활하는 자녀나 향우들의 지원으로 큰 어려움없이 경로당이 운영되고 있다”며 “신 김치 하나라도 나누려는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상부상조하는 화기애애한 마을 분위기는 비록 모두가 늙고 병들었지만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주민들간의 단합을 밝혔다.

“우리마을은 불우이웃돕기도 항상 1등으로 한다”며 화합을 밝히는 어르신들은 조금전 끓던 김치찌게에 둘러앉아 가장 맛있는 반찬인 이웃간에 정을 곁들여 훌륭한 오찬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