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 이끌 수 없는 노인들과 같이 살래요"
칭찬릴레이 - 김 종 숙<홍농읍>
2003-03-08 영광21
젊은 여자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 온 사람은 낯익은 주인이었다. 인사를 나눈 여자는 모르겠냐고 묻는다. 찬찬히 바라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고 목소리는 아주 많이 들어 본 소리였다.
며칠전 우연히 통화한 사람 바로 김종숙(41)씨였다. 그녀는 딸이 일곱이나 된 집에서 경찰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무섭게 여기고 살았다.
언니가 셋 동생이 셋 그 가운데가 김종숙씨.그녀는 가운데가 얼마나 외롭고 서글펐던지. 그리고 양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아프게 느끼며 살아왔다.
그때부터 차츰차츰 양보를 배워온 것이다. 생활 속에서도 거의 긍정을 표하며 산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리더십이 강한 편이고 추진력도 대단하다고 어느 동료직원이 말한다.
그녀는 2002년 어느 날 가슴으로 울었던 일이 있었다. 동네 사는 어느 암 환자가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보호자가 필요했다. 그녀가 알고 그의 보호자가 된 것이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인데 선뜻 보호자가 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수술하던 날 수술실 앞에서 환자를 기다리던 종숙씨는 너무나 쓸쓸하고 초조했다. 아무 탈없이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몇 날을 병원으로 향했는지 모른다.
환자의 지체가 되어 함께 가슴으로 울었던 것이다. 그 후 두 사람은 족보에 없는'이종사촌'이 돼 지금은 친 가족처럼 지낸다.
부모에게 불만이 가득해 방황하던 중학생을 만났다. 학생의 입장이 돼 이해하고 공감하고 타일러 주던 어느 날 학생은 가정으로 귀가를 해 지금은 어엿한 고교생이 됐다.
훗날 양로원을 운영하고픈 마음에 한참 전부터 장성에 있는 뭇 양로원에 매월 작은 정성을 모으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정신적인 장애자인지도 모릅니다. 육신을 이끌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싶은 것이 소원입니다"를 작게 외치는 그녀는 하나하나 다져가다 보면 양로원 운영에 크나큰 보탬이 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이 살아있음을 신께 감사하며 나머지 시간을 보람있게 사용돼지기를 부탁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으로 소문이 난 그녀는 가끔 자신을 돌아본다.
아무리 찾으려 해도'나'를 찾을 수가 없다. 아니 나를 찾을 겨를이 없다. 몸 굵은 나무 뒤에 숨겨 있는 자신을 찾을 있는 시간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