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아 놓은 자본금 바탕으로 발전과 단합 이뤄

경로당 탐방 17 / 도철경로당 <군남>

2006-01-05     박은정
차들이 제법 오갔어도 흰눈에 바퀴가 푹푹 빠지는 12월23일. 그날은 12월초부터 내리던 폭설이 강풍을 동반해 그 위세를 마지막으로 부린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이틀 후면 성탄절이 다가오는 날임에도 여느 해와 다르게 분위기가 차분하기만 했다. 성탄절이니 연말이니 들뜨기에는 폭설이 남기고 간 흔적과 상처가 너무도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저런 심란한 마음을 뒤로 하고 찾아간 군남면 도장리에 위치한 도철경로당(회장 김영기 사진)에는 본사와 영광종합병원 의료진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미리 전해 듣고 방안 가득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다.

길이 미끄러워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고 오는 도중 일행의 차가 눈길에 빠져 하마터면 논 아래로 추락할 뻔할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고 도착하다보니 예정시간 보다 늦은 방문이었지만 평소와 같이 점심을 지어 나눠 드시며 반갑게 맞이하시는 어르신들의 마중이 유난히도 고맙고 따뜻했다.

담배와 고추 그리고 벼농사를 조금씩 지으며 50여호가 모여 살고 있는 이곳은 40여명의 회원들이 마음을 모아 경로당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곳도 다른 경로당과 마찬가지로 농한기면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모여 점심을 매일 나누며 이웃간의 정을 쌓고 있다.

김영기(74) 회장은 “노인들을 위해 마을 부녀회원들과 후손들이 후원을 아끼지 않아 큰 어려움없이 겨울을 나고 있다”며 “특히 우리 마을에는 오래 전부터 모아온 500여만원의 기금이 조성돼 있고 그 기금에 정부 보조금과 주변의 협조 등을 더해 노인정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거액의 자본금은 아니지만 주민 모두가 합심해 일궈 놓은 기반을 토대로 그 기반을 가급적이면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알뜰하게 경로당을 운영하며 혹시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모아놓은 마을금고(자본금)에서 일부 대출을 받기는 하지만 객지에 나가있는 자녀들이 보태기라도 하면 바로 빌렸던 자금을 채우며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풍요로움속의 가난이 아닌 부족하지만 그 속에서 넉넉함을 찾으려는 어르신들의 지혜는 또 다른 가르침을 남기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현실에 만족하며 소박한 노후를 맞이하고 있는 도철경로당 회원들은 조심스레 주문 한가지를 건넸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 많은 농사도 지을 수 없고 특히 요즘과 같은 농한기에 건강관리와 여가생활을 보낼 수 있는 게이트볼 경기장 건립이었다.

“전천후 경기장까지야 바라겠는가. 지어만 준다면 마을에서 땅은 희사할 것이고 장비만 조금 지원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네”라며 남은 노후생활을 위한 당부를 전한 어르신들은 “비싼 돈 들여 실내에 각종 운동기구 들여 주는 것보다 현실적인 운동시설인 게이트볼 경기장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입을 모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