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최선 다해야지요”

옥당골칭찬릴레이 / 김근자<법성면>

2006-01-12     박은정
가족 중에 한사람이 치매를 앓고 있어도 가족 전체가 고통의 날들을 보내며 힘겨워하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TV나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법성에서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근자(56)씨.

그는 바로 88세 된 시아버지와 85세 된 시어머니가 모두 치매를 앓고 있어 그에 따른 어려움이 크지만 그 모든 과정을 인내하며 정성으로 시부모를 모셔 주위에 큰 칭찬을 듣고 있다.

고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 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1978년 4남1녀의 큰며느리로 시집와 형편이 어려운 시댁에서 시누이와 시동생들을 모두 고등학교를 마치게 했고 출가시켰다.

한때 학원을 경영하다 실패한 후 오랜 세월 실업자 생활을 했던 남편을 대신해 본인이 당구장을 경영하며 1남4녀 자녀의 뒷바라지와 연로한 시부모를 모셔 오는 등 어려운 세월을 이어오면서도 밖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성품으로 효행을 실천해 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

“아내는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입니다”라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밝힌 김 씨의 남편인 천영근씨는 “아내는 개인적인 생활보다는 남을 위한 배려와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한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다”며 “결혼해서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 아내가 없었다면 부모 그리고 형제와 아이들까지 아무 것도 이루질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오래 전부터 여러 합병증으로 몸이 많이 불편했던 시어머니는 4년전부터 치매 증세가 나타났고 비교적 어머니에 비해 건강하셨던 시아버지도 2년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다”며 “대소변을 못 가리시는 것은 물론이고 낮과 밤이 바뀌어 낮에는 주무시고 밤에는 밖으로 나가시려고 하며 어머니 아버지가 서로를 몰라보고 다투시는 등 두 분을 둘러싼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씨도 현재 갑상선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않고 있는 시부모를 정성을 다해 모시며 일상을 묵묵히 이어가 그 모습이 주변에 곱고 안쓰럽게 비춰지고 있다.

“어쩌겠습니까. 몸이 불편한 부모는 당연히 자식된 도리로써 모셔야 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은 누가 책임을 지던지 챙겨나가야지요”라며 현실을 담담하고 겸허하게 받아드리는 김 씨는 그의 남편이 말한 것처럼 정말 ‘천사’같은 사람이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고유의 명절 설이 다가온다. 김 씨의 가정도 큰집답게 30여명의 가족이 모인다고 한다. 올해도 많은 가족들 틈에서 환한 웃음으로 화목을 만들어 갈 김 씨가 집안의 보배로써 그 빛이 오래 비춰지도록 건강하길 바라며 그와의 만남을 뒤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