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날 3·8 한국여성대회여!

특별기고

2003-03-13     영광21
아침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하고 목포,광주를 거쳐온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안에는 목포와 광주 여성의전화 회원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반가운 모습으로 우릴 반겼다.

영광에서는 꼬마들까지 9명의 회원이 참가했다. 하늘은 맑고 밝은 햇살이 반짝이면 오죽 좋으련만, 날씨가 영 우중충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었다.

출발할 즈음엔 잔뜩 찌그러진 날씨가 충청도쯤 가니까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하더니 윗고장으로 올라갈수록 눈발이 되어 흩날렸다.

날씨땜에 고생좀 하겠구나 걱정했는데 서울에 도착하니 의외로 회색빛 하늘뿐 눈발도 날리지 않고 바람도 잠잠해 안심이 되었다.

여성대회에 여러번 참여한 경험자들의 말에 의하면 첫경험 때의 감동이 제일 가슴에 와 닿았다던데 과연 나도 그럴지 온갖 기대에 들떴다.

대학로 행사장에 도착하니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다. 여러 여성관련 단체에서 나와 부스를 만들어 놓고 자신들을 알리는 현수막과 퍼포먼스를 공연하고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부스앞엔 전국에서 모인 많은 회원들이 모여있어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팀은 늦게 도착한 까닭에 여러곳을 둘러보지 못하고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축하공연부터 관람하기 시작했다.

서울에 도착했을때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단박에 달려왔다.
설날보고 못본지 여러날이 되어선지 나를 꼬옥 껴안고 반가워하는 내딸. 여행 갔다온 얘기며 찍은 사진도 보여주고 아빠, 오빠몫의 선물도 내게 맡겼다. 같이 공연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또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는 여성문화예술기획대표 이혜경씨와 여성예술집단'오름'의 前대표 이혜란씨가 영광을 누렸다.

기념식후엔 거리퍼레이드가 대학로에서 종묘공원까지 펼쳐졌다.
선두에서 때론 구호를 외치고 때론 우리를 흥겹게하는 최광기씨의 열정은 대단했다.

여성권익을 바라는 온갖피켓과 깃발이 파도처럼 밀려가고, 엄마손을 잡고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당당히 걷는 꼬마아가씨, 연인인듯 다정하게 팔장을 끼고 행진하는 발랄한 남·여학생,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뜻을 같이하는 남녀노소가 함께하는 축하행진이었다.

행진도중 장벽통과, 평화기원 등의 퍼포먼스가 참가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종로 한길가에서 벌어진 안혜경 안치환씨의 축하공연, '오름'의 멋있는 춤과 노래는 축제 의 기분에 한껏 부풀게 했다.

딸애가 옷을 춥게 입고 온듯해 거리행진 전에 집으로 돌려 보냈었는데 괜히 일찍 보낸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그 신나는 행진을 딸과 함께 했다면 더더욱 좋았을텐데

"성매매 방지법을 제정하라! 반전평화 실현하자! 성 평등 예산을 확보하라!"구호를 외치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신나게 달리고

우리의 행진은 종묘공원 국악정앞에서 멈춰 마지막 행사를 열었다. 둥그렇게 모여 해방맞이 퍼포먼스를 함께했고, 거리행진 중 통과한' 성매매, 전쟁, 차별 등을 상징하는 대형걸게 그림을 우리 모두 함께 찢으며 양성평등 사회 실현의 각오를 다졌다.

3월8일은 정말 흥분과 감격의 날이었다. 여성들이 만들어내는 잔치판의 벅찬 감격으로 자신감도 치솟는다.

여성대회 덕분에 그리운 내딸도 보고 대회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도 만났으니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일석이조에 딱 어울리는 날이었다.

돌아오는 차안, 몸은 비록 지쳤지만 정신만은 아직도 감동이 남아 내맘을 반짝인다.
정금안<백수 대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