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이 만큼도 안하고 사는 사람이 있나요”
옥당골칭찬릴레이 / 정윤택·한양례<묘량면>
2006-01-26 박은정
큰길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그의 집을 찾아 도착. 문밖까지 마중 나온 정 씨와 그의 아내 한양례(53)씨의 어질고 순수한 첫인상만으로도 그들의 살아온 인생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했다.
가난한 가정의 1남4녀중 막내이자 독자로 태어난 정 씨는 10대 후반부터 마을에 품앗이를 다니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20대 초반 지병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가장 아닌 가장이 돼 홀로 된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에 남게 됐다. 이렇게 농촌을 지키며 1974년 결혼해 결혼32주년을 맞이하는 그는 금술 좋은 부부로도 주변에 소문이 자자하다.
부인 한 씨는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고 있다”는 정 씨의 뜻을 묵묵히 따르며 결혼해서부터 모셔온 시어머니가 치매로 4년간 앓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수발에 소홀함이 없었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가정을 지켜가고 있다.
슬하에 1남4녀를 두고 1만4천평의 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 부부는 “주로 논농사를 많이 짓는 우리마을은 욕심없이 순수 농사만을 고집해서인지 부자는 아니지만 큰 빚 없이 각자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며 “마을에서 가장 막내인 우리부부를 어르신들이 언제나 먼저 챙겨주시고 도와주셔서 오히려 도움을 드리기보다는 도움을 더 많이 받고 살고 있다”고 겸손해 했다.
이들의 말처럼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들은 눈에 보이고 금방 표시가 나는 큰 일을 했기보다는 평소 지내오면서 작은 일 하나라도 소홀하지 않고 세심히 챙기며 깊은 정을 나누고 있었다. ‘이쁨도 미움도 제 몸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이들의 소리없는 실천이 바로 주위를 밝게 하는 것이었다.
묘량면사무소 이본동 총무담당은 “정 씨는 언제 보아도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고 일상생활 또한 성실하게 채워가고 있다”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마을과 기관의 일들을 챙기는 모습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착실한 주민의 모습으로 주변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그를 칭찬했다.
요즘은 자기 홍보시대라고 해 작은 일 하나라도 하노라면 내세우기가 더 바쁘다. 하지만 정 씨는 최대한 자신을 감추려하는 아름다운 겸손함과 근면 성실함으로 넓고 넓은 세상의 한쪽을 곱게 차지하며 남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정직함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