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와 겸허함으로 멋진 황혼 만들며 화합 이뤄간다

경로당 탐방 22 / 천정1구 경로당<백수>

2006-02-16     박은정
백수 원불교 영산성지를 조금 못 가 자리한 천정1구 경로당(회장 김유봉 사진).
이곳에 지난 정월대보름 흥겨운 잔치가 열렸다. 그것은 경향각지의 향우들이 고향을 찾아와 주민의 건강과 마을의 번영을 위한 농악을 함께 즐기며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보람있는 하루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 이곳은 정월대보름이면 매년 향우들이 방문해 소박한 마을 잔치를 열고 어르신들에게 작은 정성을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고향을 잊지 않고 방문하는 향우들과 자녀들의 찬조금, 마을주민과 청년회원들이 공동작업을 실시해 얻어진 수익금 등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는 이곳 천정1구 경로당은 남자 어르신 12명과 여자 어르신 13명 그리고 60세 이상의 특별회원 10명, 이렇게 35명이 이끌어가고 있다. 이곳도 여느 경로당과 마찬가지로 농한기면 어르신들이 매일 모여 점심과 저녁 식사를 나누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그날도 비교적 나이가 젊으신 어르신이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따뜻하게 이곳에서 농한기의 여가를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 그들은 약간 서툴고 바르지는 않지만 건강을 위한 요가를 즐기고 박자가 잘 맞지 않는 엇박자 노래 가락에 몸 장단을 맞추며 나름대로의 흥겨움을 만들고 있었다.

또 대부분 회원이 원불교 신자인 이곳은 매월 초 원불교 교무가 방문해 정신문명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유봉 회장은 “우리 마을은 1640년 마을 뒷산에 암자가 있어 대흥마을로 불려지며 구수면 대흥리라고 칭했으나 1914년 행정구역 통합에 의해 백수읍 천정리 대흥마을이라는 칭호로 불리며 20여 가구가 모여 화기애애한 정을 나누고 있다”며 “이곳 경로당은 6·25 이후 어렵게 살아가면서 16세이상 30세이하 청년 25명이 규합해 부흥회를 조직한 후 기금을 마련해 현 부지에 마을회관을 건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유래를 밝혔다.

1965년에 건축된 쓰러지기 직전의 허름한 회관을 사용하면서 주민들간에는 주민화합과 노인복지를 위한 마을회관 및 경로당 신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건립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던 중 지난 2001년 3월 총사업비 4천7백만원을 확보해 준공했다. 그후 주민들의 훌륭한 쉼터로 이용되고 있는 이곳은 주민 복지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곳 경로당 벽면에는 황혼을 맞이한 어르신들이 지켜야할 10가지의 덕목이 적힌 ‘노을진 언덕에 서서’라는 액자와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저승사자가 오거든 이말 전해주오’라는 글귀가 곱게 정리돼 적혀있다.

이 글은 아직 젊음이라는 오만으로 겸손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또 다른 교훈을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