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허락하고 힘닿는 한 열심히 일 해야죠
김연님 영광원전 청소원<홍농읍>
2006-03-02 박은정
요즘은 간병인 파출부 산후도우미 청소원 베이비시터와 같은 힘든 업종을 찾아가면 여지없이 나이든 여성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빌딩 청소원이 눈에 많이 띄고 있다.
영광원자력발전소 본관을 담당해 청소하고 있는 김연님(60)씨. 자그마한 키에 밝게 웃는 첫인상이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 그의 이런 모습은 주변 정리는 물론이고 업무에 지친 직원들의 마음까지 환하고 말끔하게 해 주고 있었다.
홍농 계마리가 고향인 김 씨는 18살 꽃다운 나이에 결혼해 1남4녀의 자녀를 두고 많지 않은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생활했다. 그러던 중 사고로 척추를 다쳐 1년간 투병하던 남편을 40대 중반에 잃게 되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남겨진 가난과 자식들을 위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김 씨는 원자력발전소 청소용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이웃의 소개로 이곳에 취직해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이른 아침 7시30분 출근해 맡고 있는 구역을 정리하며 오후 4시30분까지 일을 하고 있는 김 씨는 함께 본관을 담당하고 있는 10여명의 동료들 사이에서도 제일 고참으로서 그 인기가 대단했다.
갑작스런 인터뷰에 긴장하고 당황할 큰언니가 염려돼 인터뷰 자리까지 따라나선 동료 김연례씨는
“언니는 일찍이 홀로 돼 갖은 고생을 하고 살았지만 처한 환경을 비관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며 일상을 밝고 야무지게 생활에 동생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특히 90세된 시어머니를 남편이 없는 가운데서도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있어 주변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그를 칭찬했다.
1남3녀의 외며느리인 김 씨는 결혼해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10년간을 모셨고 시어머니는 지금까지 모시며 효성을 펼치고 있다.
딸 둘은 출가시키고 남은 자녀들도 모두 장성하기는 했지만 자식 뒷바라지가 끝이 없듯 그도 자식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연로한 나이임에도 힘겨움을 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혼자 생활하면서도 외로울 시간이 없었다”는 김 씨. 그는 “가난하지만 다행히 몸이 건강해 이렇게 일을 할 수 있고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보탤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고 처한 현실을 오히려 감사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는 김 씨는 어머니로서 여자로서 살아온 삶에 대한 한이 가득했지만 그 시름을 동료 또는 이웃에게 나눔으로 승화시키며 고된 삶을 곱게 위로하고 있었다.
화끈하고 당찬 '큰언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