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할 새만금 간척사업
2006-03-22 영광21
이곳에는 바지락과 백합이며 농게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수많은 어패류가 살고 있다. 또 이곳에 서식하는 각종 어패류를 잡아 삶을 이어가는 수많은 어민들이 살고 있다.
이런 곳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1986년에 새만금 간척사업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난 마당이었다.
그때 당시 정부는 경제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대통령선거 유세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1987년 11월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전주 유세에서 엉뚱하게도 새만금을 간척해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한다.
그 목표가 너무나 뻔한 황당한 공약이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전라북도에 투입할 것이니 전라북도에서도 자기를 지지하는 표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새만금 간척사업은 지역개발을 내세운 노골적인 매표사업으로 시작되었고, 그 불행하고 위험한 역사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광주학살의 주범이다. 그런 만큼 호남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렇게 무리한 개발사업을 공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나의 잘못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잘못을 계속 저지르지 않으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었던 절박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노태우는 권력을 잡기 위해 광주학살에 이어서 '생태학살'이라는 또 다른 학살을 저지른 것이다.
1996년의 시화호 오염사건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재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시화호 조성사업은 거대한 '사기극'으로 끝났다.
4,500억원이 넘는 세금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거대한 썩은 호수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 '사기극'에 경악하면서 시화호 조성사업보다 훨씬 규모가 큰 '담수호'를 만들기로 한 새만금 간척사업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이런 관심과 우려는 거대한 토건국가 세력에 의해 계속 무시되고 있다. 토건국가 세력에게 거대한 토건사업은 그 자체로 거대한 돈벌이의 원천이다. 시화호가 썩건, 새만금이 죽건 그것은 그들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주도하는 농림부와 농촌공사는 새만금 갯벌을 간척해서 거대한 농지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어이없는 일이다. 새만금 갯벌을 농지로 쓰려면 간척사업을 끝내고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한국농업의 경쟁력은 미국이나 중국의 농업을 이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를 위해, 농업을 위해 새만금 간척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새만금 갯벌은 아직 살아 있다. 33㎞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거대한 시멘트 방조제로 둘러 쌓였어도 새만금 갯벌은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 최종 물막이공사를 하면 새만금 갯벌은 완전히 죽을 것이다.
최근의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무려 32조원에 이르는 새만금 갯벌의 수산물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지금도 발견되고 있는 새로운 생물종을 포함해서 수많은 생명체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이런 파괴와 학살의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미리 막아야 할 의무만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