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인정이 넘쳐나고 고풍스런 멋이 풍기는 아름다운 곳

경로당 탐방 - 29 내기경로당<군서>

2006-04-05     영광21
영광에서 불갑으로 향하다 재수제를 넘어 오른쪽에 보이는 큰 고목나무가 위치한 보라1구에 아담하게 자리한 내기경로당(회장 정군도).

마을 초입에 터를 잡은 내기경로당은 1997년 건립돼 마을 복지회관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어르신들의 요긴한 생활의 심장부가 되고 있다.

남녀회원 30여명으로 구성된 내기경로당은 연세가 가장 많으신 어르신이 82세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여느 경로당과는 달리 젊은 연령층이 많으며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다. 점심과 저녁식사는 물론이고 때론 밤잠을 자기까지 하는 이곳은 내집 같은 편안한 쉼터로써 유용하게 운영되고 있다.

정군도 회장은 “우리 내기경로당은 지금까지 쌀이나 돈은 절대 걷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이고 오고, 지고 와서 부족함없이 나누고 있다”며 내기경로당의 인심을 자랑했다. 또 내기경로당 어르신들은 여가와 취미생활로 장기와 바둑, 윷놀이 등을 하며 노년을 나누고 있어 놀이문화에서도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정서가 느껴졌다.

이 마을에는 지금은 고목이 돼 멋스러움과 고풍을 자아내고 있는 200여년 된 버드나무 10여 그루가 줄줄이 서 있다. 마을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이 나무들은 풍수지리적으로 마을 옆이 터져 그것을 막으려고 선조들이 심어 놓았다고 했다.

보라1구 마을은 올해 벌써 봄맞이여행을 서울랜드로 다녀왔다. 바쁜 농사철이 되기전 여행을 통해 힘과 활력을 얻어 한해 농사를 순조롭게 시작하려는 지혜인 것이다.

지금은 한창 담배모종할 시기라 어르신들의 움직임이 바빴다. 담배농사는 다른 농작물에 비해 수확기간이 2개월로 짧고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전량수매하기 때문에 나이든 어르신들이 농사짓기에 힘겹기는 해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어 효자작물로 환영받고 있다.

마을 채안곤 이장은 “수입쌀 개방으로 농촌은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농촌의 노령화로 어려움이 많은데 정부의 농업정책은 힘겨운 어르신들에게 커다란 낙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관적인 농촌실정을 토로했다.

보라1구 마을은 ‘샛터’라는 아름다운 고유지명으로 불리우는 마을이기도 하다. 산과 논 그리고 밭이 적당히 어우러져 농촌의 친근한 멋을 풍기는 마을이며 영광읍도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사는데 모자람이 없다고 어르신들이 입을 모았다.

협동과 단결이 잘 이뤄지며 내것 네것을 탓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삶속에서 나눔이 아직 살아있는 농촌의 정겨운 인정이 빛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을에 한가지 부족하고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경로당에 운동기구나 의료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웰빙’ 바람을 타고 있는 시점에 어르신들이 간절히 원하는 운동기구를 지원해 줄 독지가의 출연을 기다리며 어르신들의 건강한 봄날을 기원해본다.

박순희 객원기자 qkrtnsgml1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