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가 제대로 되기 위한 바람직한 길

2006-04-20     영광21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 후보였던 장 상 총리서리가 땅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데 이어 두번째 여성총리 지명자인 한명숙 의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2005년 7월에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갖는 중요성은 해당 후보자에 대해서 청문회를 통하여 국민과 국가에 정말로 도움이 될만한 사람인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대통령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서 폐쇄적이고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던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과정이 투명화됨과 동시에 객관화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작금에 이루어지고 있는 청문회를 보면 과거 청문회에서 늘 보아왔던 꼴불견들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어찌보면 청문회가 아니라 인신공격에 가깝게 운영되는 풍경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후보자의 정책적 입장, 도덕성, 전문성, 리더십, 비전 등에 대한 청문보다는 의원의 개인적인 선호도, 당파적 이익, 정치적 배경 등이 청문회장을 뒤덮고 있다.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답답하기는 청문회장에 있는 후보자나 의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후보자는 고압적이고 지엽적인 질문과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에 답답하고,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답이 없을 것이 뻔한 질문을 하느라 답답하고, 국민들은 이들 간에 벌어지는 공허한 선문답을 듣느라고 답답하다.

물론 청문회에 대한 경험이 아직은 일천하다보니 그러려니 하면서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내어서 청문회를 여는지, 청문회에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청문회에서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만 같다.

후보자를 청문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의원들을 청문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든다.

비단 운영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제도적으로도 아직 미비한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국회법이나 인사청문회법 어디에도 청문을 왜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이유가 없다.

무엇을 청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도 일체 없다. 그저 절차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내용은 없고 절차만 있는 이상한 형태인 것이다.

그리고 일부 자리를 제외하고는 인준이 따르지 않는 청문이다. 일각에서는 비록 인준이 따르지 않는다 해도 정치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자위하지만 실효성이 너무 적다보니 공염불에 불과하다.

인사청문회제도의 도입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운영상의 개선은 물론이거니와 미비한 제도도 대폭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왜 청문을 하는지를 관련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청문할 것인지도 구체화시켜야 한다.

모든 것을 청문할 수는 없는 것이니 최소한의 것이라도 명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문의 실효성이 충실하게 확보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요식행위로서의 청문이 아니라 인준이 담보되는 청문회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인사청문회가 공직 후보자에게 호통을 치는 자리가 아니고, 후보자를 흠집 내는 자리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지 국정을 책임질 사람의 됨됨이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자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의원들이 공직 후보자를 청문할 때, 국민들은 의원들을 하나하나 빈틈없이 청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발 깨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