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인 정치행태 풀 수 있는 해법은 없나

2006-05-04     영광21
임시국회 마지막 날에 국회에서 벌어진 풍경은 국민들에게 또다시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국회 본회의장을 장악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주요 전술인 '떼쓰기 정치'와 '발목잡기'야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이번에는 그 도가 너무 지나쳤다고 하겠다. '사학법' 재개정을 연계로 다른 법안들의 처리를 검토하겠다니 참으로 해괴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사학법이란 것이 다른 법안에 비해 그다지 중요한 것이란 말인가? 하기야 유신독재의 적자인 한나라당이니 오죽 하랴.

지방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고 한나라당의 부패 문제가 다시금 크게 불거졌다.

한나라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김덕룡 의원이 공천과 관련하여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정계를 떠날 지경에 이르렀고, 또 다른 중진인 박성범 의원이 같은 이유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논란을 빚고 있다.

박성범 의원은 나름대로 해명을 한다고 하고 있지만 어쩐지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오창근 울릉군수가 공천 뇌물을 바친 혐의로 구속되었다.

태풍복구사업과 관련해서 건설업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받고, 그것의 대부분을 다시 공천 뇌물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연락소장에게 바쳤다고 한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다 보니 한나라당은 스스로 공천 뇌물과 부패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고 일종의 비상사태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살을 깎는 듯한 자정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하여도 시원찮을 판국에 사학법 개정을 볼모로 시급한 민생법안들의 처리를 모두 미루고 있으니 가히 안하무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거대한 걸림돌은 분명 한나라당이다. 맹목적인 지역주의가 바탕에 깔려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한나라당의 정책이란 것이 이기적 금권주의에 충실한 것이지만 맹목적인 지역주의가 이것을 지탱해주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이러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정당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 현상은 연구대상에 해당한다.

사학법 개정과 같은 비합리적 정치행태를 통해서 이득을 보는 층은 소수기득권 세력밖에 없다.

그런데도 다수의 피해자가 맹목적인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한나라당을 강력히 지지하는 모순은 실로 한국사회의 아픔인 것이다.

물론 제 역할을 못하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한나라당의 지지로 이어진 점이 있긴 하지만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정치적 차원을 떠나서 참으로 해괴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한나라당의 비합리적인 정치행태에서 잘 드러나듯이 대한민국의 정치는 여전히 저질적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의 무능력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안을 찾지 못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압승이 전망되는 암울한 현실에서 이 나라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실망과 좌절을 뛰어넘어 희망을 키우는 지혜와 슬기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할 때이다.

현상만을 보지 않고 본질을 보는 국민들의 현명한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박찬석/본지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