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노래 속에 아름다운 미덕 살아 있는 곳

경로당 탐방 37 / 우봉경로당<홍농>

2006-06-02     영광21
시원한 홍농 들녘의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 홍농읍 초입 첫 마을에 위치한 우봉경로당.

우봉경로당은 지난 2003년 건립해 40여명의 어르신들이 즐거운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으며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바쁜 농사철에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으면 한사람씩 모여들어 어느새 방안으로 가득한 어르신들. 식사를 함께 하며 향긋한 차 한 잔으로 정겨움과 노년을 나누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하종남(80) 회장은 “우리 동네는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서로 돕고 위로하고 내 일처럼 걱정해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며

“농한기 때 점심과 저녁까지 식사를 나눠도 쌀 걱정 반찬 걱정 한번 한 적이 없다”고 마을을 소개했다.

그는 또 “우리 마을에서 내려오는 예절과 전통 때문인지 외지에 살고 있는 자녀들도 경로당을 찾을 때면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어 음료수와 과자 등 간식거리가 떨어지지 않고 쌓여 있다”고 마을의 넘치는 인정을 자랑했다.

이곳 어르신들은 흥이 많기로 소문 나 있다. 경로당 방에는 노래방기계와 탬버린이 5개나 있었고 벽에는 최신가요 표가 붙어 있어 노래방을 방불케 했다.

한 여자 어르신은 “우리 경로당은 시간만 나면 모여 노래방기계를 틀어 노래도 부르고 춤을 신나게 춰 옷이 땀으로 젖어 사우나를 갈 필요가 없다”며 “우리 마을이장이 최신가요 가사를 크게 적어다 줘 연습을 해 최신가요도 모두 잘 부르고 있다”고 즐겁게 사는 모습을 전했다.

노년의 쓸쓸함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최대한 장점으로 살려 삶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우봉경로당은 가을추수가 끝나면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마을 잔치를 성대하게 치른다고 한다.

또 정월대보름에는 어르신들이 농악을 하며 마을을 한 바퀴도는 아름다운 풍습을 계승하고 있으며 행사를 통해 모아진 자금으로 경로당살림에 보태 여행경비로 쓰고 있다.

이곳 경로당은 1년에 두 번 여행을 다녀오고 지난달에는 아유회를 다녀와 회원간의 단합을 다지며 이웃과의 정을 돈독히 쌓아가고 있다.

이곳 우봉마을에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한 가정을 위해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모금운동을 펼쳐 따뜻한 미담이 전해지고 있다.

하생기 이장은 읍사무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마을 주민들의 십시일반 정성어린 참여로 모아진 성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작게나마 도움을 줘 뜻 깊은 이웃사랑을 실천해 훈훈한 감동을 남기고 있었다.

어려운 이웃을 되돌아보고 이웃의 아픔을 나누려는 우봉마을 어르신들. 그 따듯한 마음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박순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