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남편의 넋, 봉사로 환원하렵니다”
김금례<전몰군경미망인회장>
2006-06-07 박은정
남녀 개개인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다보면 부부가 함께 나눠도 미처 모자란 일들이 늘 넘쳐난다. 하지만 전쟁터 또는 군인, 경찰로 지내다 순직한 이들의 아내인 전몰군경미망인들의 힘겹고 외로운 삶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되는 대목이다.
영광군에도 이렇게 나라를 위해 싸우거나 일하다 순직한 미망인이 130여명에 달한다. 이들 미망인을 대표해 13년째 전남전몰군경미망인협회 영광군지회장을 맡고 있는 김금례(61)씨.
1980년 경찰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던 남편이 순직해 미망인이 된 김 씨는 34살에 혼자돼 1남3녀를 키웠으며 전몰군경미망인회 회장을 맡아 어렵게 지내는 미망인들의 손과 발이 돼 아낌없는 봉사를 펼치고 있다.
군남 양덕리가 고향인 김 씨는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나 고향인 같은 남편과 6년 열애 끝에 결혼해 주변에 부러움을 살만큼 금실이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로 근무하던 남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갑자기 쓰러져 마지막 인사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그렇게 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세상에 홀로 남겨진 김 씨는 오로지 자식만을 바라보며 3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고 지금까지 해왔듯 같은 처지의 미망인들을 대변하고 대신하며 평생을 살아가려 하고 있다.
전몰군경미망인회 발전도모와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굽히지 않고 떳떳하게 생활해 온 김 씨는 지난 2003년 6월 호국보훈의달을 맞아 도지사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6월6일 우리가족은 대전 현충원에서 먼저간 남편의 넋을 기리며 기일을 대신합니다”라며 해마다 현충일을 가족과 보내는 이야기를 전한 김 씨는
“남편을 잃고 혼자 지내면서도 외롭다는 생각보다는 남겨진 자식들을 잘 키워야 된다는 책임감 때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앞만 보고 살아왔다”고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미망인협회의 한 회원은 “전쟁미망인 대부분이 유복자이거나 자녀가 하나 둘이고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어렵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며 “김 회장은 특히 연로한 전쟁미망인들을 정기적으로 찾아다니며 그들의 안부를 살피고 병원에도 모시고 다니며 보호자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그를 칭찬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 선열과 국군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정한 기념일인 현충일 등이 들어 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숙연한 마음이 앞서는 달이다.
정부는 많은 국가유공자들에게 물질적 보상과 정신적 예우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그 공헌과 희생에 비해서는 미흡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미망인들이 받는 어려움과 외로움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도 채워줄 수도 없는 것.
이번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 어우르며 그들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달을 보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