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고유영역, 이젠 여성도 할 수 있습니다”
2006-06-21 박은정
그곳에서 만난 김미영(35)씨. 건장한 체격에 기운센 모습의 상상과는 달리 평범한 30대 중반의 수수한 모습의 김 씨는 주어진 역할을 차질 없이 해내고 있었다.
목포가 고향인 김 씨는 9살 7살 남매를 두고 있으며 미혼시절부터 이동통신사에서 근무를 하다 결혼 후 자녀를 키우며 휴직하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교조무사 시험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응시를 준비해 2004년 2월 시험에 합격했고 지난해 7월 첫 부임지로 홍농초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모집공고 안에는 조무원이 해야할 일을 자세히 기재했으며 달리기와 팔굽혀펴기 등 체력테스트도 한다고 안내해 여성 응시자에게 은근히 부담(?)을 줬었다.
하지만 최종 합격된 김 씨를 포함한 4명은 필기시험은 물론 체력검정과 면접 등을 당당히 통과해 금녀(禁女)의 벽을 깨며 '우먼파워'를 확인시켰다. 또 이들은 일선 학교장들로 구성된 면접시험에서도 강하면서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까지 보여줘 신뢰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지방공무원으로 기능직 10급인 조무원은 일선 학교에서 책걸상과 칠판 등 각종 시설물 관리와 개보수를 담당하며 조경수 관리, 환경미화, 도색과 미장, 경비업무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홍농초 000 행정실장은 “처음 여성 조무원의 배정으로 당혹스러움과 약간의 부담을 가진 것을 사실이지만 지금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과 근무 열의가 확인됐고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목포에서 생활하고 있어 출퇴근하는 것이 조금 힘들기는 해도 순수한 동심이 가득한 학교 생활은 큰 어려움 없이 만족을 전해주고 있다”며 “열심히 하려는 의욕은 넘치지만 여성으로서 힘이 부족할 때는 같이 일하는 주사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홍농초는 김 씨 말고도 남성 조무원이 한명 더 근무하고 있어 김 씨와 보조를 맞춰 학교 일을 하고 있다. 아무리 남녀평등하고 직업에 남녀구별이 없다고는 하지만 여성으로서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난제가 있다면 힘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지만 김 씨는 동료의 배려와 교직원들의 관심 아래 자리를 확고히 지키며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기능직 공채인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속에 당당히 조무원으로 합격한 김 씨는 현재의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몸담을 야무진 각오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