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삶의 희로애락 나누는 서민들의 휴식처

“잊지 않고 방문하는 단골고객이 가장 큰 재산”

2006-07-12     박은정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말 하동사람 윗말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가수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 노랫말이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경북 구미가 고향인 아가씨와 영광이 고향인 사나이가 서울에서 만나 결혼한 김영훈 박영미씨. 이들이 운영하는 실내포장마차인 ‘화개장터’도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 결혼한 부부가 가게를 운영한다고 해서 붙여진 특별한 이름이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김영훈 대표는 98년 IMF를 맞이하며 사업에 실패해 아무 것도 없이 빈손으로 고향을 내려왔다.

이렇게 귀향해 어려움에 처한 그는 비교적 자금이 많이 들지 않는 실내포장마차를 개업하게 됐지만 아무런 경험없이 시작한 새로운 사업이 수월할 리가 없었다.

특히 포장마차에서 손님들이 즐겨먹는 갖가지 안주를 전혀 만들 줄 몰랐던 이들 부부는 쫓기는 마음에 문만 열었지 속수무책 그대로였다. 다행히 음식 솜씨가 좋은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하나 둘 요리를 배워나간 아내 박영미씨는 차츰 맛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무작정 가게를 열어 손님을 맞이하면서 손님들이 주문한 안주를 만들지 못해 반대로 손님들에게 만드는 방법을 물으며 애태우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앞이 캄캄하다”며

“이렇게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찾아온 선배 또는 후배들이 실수에 대한 지적보다는 따뜻한 격려를 전해 줘 용기와 희망을 갖고 장사에 임할 수 있었다”고 힘겨웠던 초창기 시절을 회상했다.

이렇게 완전초보로 포장마차를 시작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이들 부부는 어느덧 개업한지 9년을 맞으며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처음 포장마차를 개업할 때 주변에서 ‘한달도 못하고 그만 둘 것’이라는 걱정 어린 예상을 깨고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외관을 보나 실내를 보나 특별히 내세울 것도, 유난한 것도 없는 이곳이 주민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아마도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이들 부부의 넉넉한 인정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전수 받은 요리 실력을 발휘하며 맛있는 안주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며 친구 또는 이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직장동료, 친구, 가족 등의 방문이 많은 이곳은 요즘과 같은 하절기에는 시원한 국수를 먹기 위해 방문하는 점심손님을 위해 점심 무렵에 문을 열어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며 동절기에는 늦은 오후에 문을 열어 새벽 3시까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더운 날씨에는 이곳의 별미인 시원한 국수가 고객을 제대로 사로잡고 있다. 또 이곳은 이밖에도 여느 포장마차와 같이 다양한 안주가 준비되며 그중 가장 별미가 ‘닭발볶음’이라고 이곳 주인장을 말한다.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포장마차이지만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는 이곳. 잡담에다 입시름 흥정이 오순도순 왁자지껄 장을 펼치는 경상도 아지매와 전라도 아저씨가 운영하는 화개장터를 방문해 이웃사촌간에 고운정 미운정 주고받으며 가슴속 깊은 진한 술 한잔을 기울려보면 어떨까.

그 순간만이라도 세상의 시름일랑 모두 떨쳐버리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