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모두가 가족이죠”

우리기관 친절도우미 - 장 성 자<불갑우체국>

2003-04-03     영광21
“하얀 칼라 빳빳하게 풀먹여 다림질 곱게 해서 입은 교복에 행여 먼지가 묻지 않을까 조바심 내며 학교 다닌 지 벌써 30여년이 다 되었나보다.”

40대 중년이 막된 어느 여인의 혼잣말꼬리가 흐려지면서 콧등이 금새 빨개진다. 잠시 생각을 그 시절에 멈춰본다. 이맘때 그 아이도 그랬다.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에게 따뜻하게 대하던 그 아이도 세월에 밀려 어느새 중년을 맞았다.

불갑우체국(국장 장경호)에서 근무하는 장성자(44)씨. 불갑 어른들의 눈에 쏙 들었다.
1981년 3월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불갑우체국의 꽃’ 이라고 마을에 사는 전 이장 김석만씨가 말한다. 친절하기는 물론 봉사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으뜸이 간다고 불갑면사무소 최현숙 사회계장이 또 거든다.

어느새 그녀는 지역에서 노인들과 장애자들의 눈과 귀가 되어버렸다. 때론 그들의 다리가 되어서 어디든지 그리고 무슨 일이든지 속 시원히 처리를 한다.

논에서 일하다 쉬고 있는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젊은 사람이 참 싹싹하고 하는 짓이 마음에 딱 들어서 어쩔 때는 딸 없는 나한테는 딸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시장에 갔다오는 지역주민들만 봐도 업무를 뒤로하고 자동차 운행을 한다. 비록 서툰 운전이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늘 생각한다.

그녀는 노인들이나 장애자를 위해 숨은 봉사는 도맡아 한단다. 장애인들과 자매로 인연을 맺어 그들의 심부름꾼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뒷모습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고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다. 성자씨는 장경호 국장께도 고집해서 올 설날에는 어려운 이웃을 함께 여러 곳 돌아봤다.

현재‘사랑의 후원리더’가 되어 여러 어두운 곳에 등불을 밝히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욱 마음을 쓸 각오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서 큰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듯이 지역의 작은 등대지기 역할을 하는 성자씨. 그녀의 사랑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앉혀지면 탐스럽고 곧은 새싹이 움을 틔울 것이다. 성자씨는 여고시절부터 어른 공경하는 마음은 달랐고 교우들간에도 불우한 친구에게 맘을 많이 썼던 것을 기억한다.

주민들은 상담자가 필요할 때 그녀를 찾는다. 성자씨의 웃고있는 얼굴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스스로 위안이 된단다. “주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좋고 마음들이 풍요로워서 내가 부자가 된 느낌을 많이 받아요. 어쩌면 불갑 주민 모두가 한 가족인지도 몰라요. 만나면 항상 반가운걸 보면요” 하며 칭송을 주민들에게 돌린다.

아카시아 향기 코끝으로 파고들 때 그땐 아마 허리끈 질끈 동여매고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들한테 아카시아 향보다 더 진한 마음의 향기가 물씬 풍길 것이다.
박 청 기자 pc2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