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여성이 훨씬 섬세하게 잘 다루죠”

구금자 <기계오퍼레이터>

2006-08-03     영광21
“이쪽으로 올라오세요”라며 족히 3m는 넘어 보이는 사다리를 단숨에 달려 올라가는 모습이 4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다.

다리를 후둘후둘 떨며 그를 따라 올라간 곳엔 덩치가 큰 포크레인이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포크레인의 운전자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구금자(45)씨.

청바지와 청남방의 작업복에 야무지게 눌러쓴 모자까지 당당한 모습의 그는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포크레인을 운전하며 주변 남성들을 능가하는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구 씨는 포크레인 운전뿐만이 아니고 그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군서기업에서 한 공장의 책임자로서 벽돌을 생산하는 기계를 모두 맡아서 관리하고 있다.

“오히려 여성들이 기계를 다루면 거친 남성들보다 더 섬세하고 정확하게 다룹니다”라며 자신의 일에 대한 강한 긍지를 밝힌 구 씨는 “20대 초반 남편을 만났지만 가정생활에는 관심없이 밖으로만 떠돌아 아이들과 생활을 하기 위해 일을 찾던 중 포크레인을 운전하게 됐다”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포크레인을 포함한 기계 작동법을 배우며 면허를 취득했다”고 어려웠던 지난 시절을 전했다.

이렇게 가정을 돌보지 않던 남편은 병들어 돌아와 지난 2002년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는 정신지체3급 장애인이면서도 전문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과 대학에 재학중인 딸과 아늑한 보금자리를 장만해 행복을 채우며 살고 있다.

구 씨는 전에 다니던 공장의 부도로 군서기업으로 와 10년째 일을 하고 있다. 구 씨는 이곳에서 포크레인 운전뿐만이 아니고 페이로다, 지게차 등의 대형차 운전은 모두 하며 용접에 산소절단까지 못하는 것이 없다.

공장에서 같이 일을 하는 한 동료직원은 “구 씨는 여성이면서도 화끈함과 의리가 넘치는 사람이다”며 “특히 일 처리 능력이나 책임감이 강해 주위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외국에서 와 고생하는 근로자들을 잘 챙기는 등 정 또한 넘치는 좋은 동료다”고 밝혔다.

“저는 여성이라고 무시하고 함부로 하는 사람들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리고 여성들도 이젠 좀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보여줘야 합니다.” “여성이라고 정해진 일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이렇게 소신이 강하고 야무진 ‘억순이’구 씨는 2남5녀 중 네째딸이지만 여는 아들보다 효성이 지극하다고 해 효녀가 아닌 ‘효자’로 불리며 어르신들의 칭찬 또한 자자하다.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시집가고 싶다”며 호탕한 웃음을 짓는 구 씨. 처한 삶을 헤치며 숱한 고생속에 살아온 그의 남은 인생을 책임져줄 좋은 사람 어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