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맛과 양심으로 노지장어를 팝니다"
앞서가는 수산인 / 황토노지장어양식/ 박용수<영광>
2006-08-10 영광21
좋은 느낌을 가지고 찾아 들어선 <덕신황토갯벌 노지장어양식장>은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여느 양식장과는 달리 드넓은 논과 개천이 흐르는 풍경이었다.
1천평 그리고 수차 4개, 노지양식장 치곤 꽤 작다. 저안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하지만 그 생각이 뒤집어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사료덩어리가 물에 떨어지자 '와~'하고 감탄사가 먼저 터져 나왔다.
사료덩어리 주변이 온통 새까매지고 꿈틀되는 것들, 모두 장어들이다. 누런 빛깔에 묵직함이 자연산에 가까워 보인다는 눈빛을 알아챘는지 "5년 키운 녀석들이예요"라고 말을 전하는 박용수(43)씨.
"IMF 터지고 쌀가격 하락때문에 시작한 것이 노지장어양식"이라는 그는 양식업자이기보다
는 5만여평의 쌀농사에 한우 20두를 사육하는 프로농사꾼이었다. 태어나 지금껏 영광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그. 서울에서 생활하던 이해심 넓은 지금의 아내를 만나 할아버지와 부모님, 2남2녀 자녀까지 대가정을 꾸리고 있다.
보통 민물장어는 봄철에 바다에서 잡은 장어새끼를 육상수조에서 민물로 키워 1년안에 판매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곳 장어는 약 1천평 규모의 저수지형 갯벌노지에 매월 조금씩 황토를 뿌려주고 지하해수를 이용해 5년전 입식한 장어새끼를 지금껏 키워 이제야 판매에 들어간다니 그런 우직스러움이 무모하게까지 느껴졌다.
"돈만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큰 것을 사다가 노지양식장에서 몇 개월 관리해 비싸게 팔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 입속으로 들어가는 건데 거짓을 팔 수는 없쟎습니까"라는 단호함이 이내 그 무모함을 덮어버린다. 또 여름철 전후로 집중관리와 판매가 이뤄져 바쁜 농번기철을 피해 시간 활용차원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육상 수조에서는 겨울철 수온관리가 이뤄져 계속 키울 수 있지만 노지에서는 찬바람이 불면 장어가 동면에 들어간다. 즉 연중 성장기간이 짧고 동면 시기동안 체중감소 현상이 발생해 성장률이 더디기만 하다. "애써 고생하고 키워놓으면 동면기간 동안 다시 쪼그라듭니다. 그래도 다행히 죽는 경우는 거의 없어 생존율은 꽤 높아요"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맛이요. 손님들이 보증하죠." 조금전 겸손함과는 다른 자신감. "지금껏 약한번 써본 적이 없어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바닷물로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키우다 보니 질병하고도 거리가 멀고 물리지 않으며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 한번 오신 손님들은 다시 찾더라구요." 마치 손님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듯 큰 목소리이다.
이들 부부는 2005년부터 양식장 옆에 하우스 판매점을 만들어 직접 판매하고 있다. 중간 유통상인들이 거져 가져가려는 것도 있지만 '맛'에 대한 자신감이 컷기 때문이다.
올해는 양식장 크기를 배로 늘릴 거란다. 5년간의 시행착오가 두둑한 재산이기 때문이다. 또 늘상 함께해 준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 공양하랴, 애들 키우랴. 그리고 농사일에 장어판매까지…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죠."라는 말끝에 밀려드는 손님들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김광훈 객원기자 mindlrh@hanmail.net